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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반란호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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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대표 자리가 원래 이렇게 한가한 거였나? 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이 비서가웃는 얼굴로 먼저 들어섰고 그 뒤를 따라 서류를 한 아름 안고 있는 최유정이 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보는 최유정의 눈빛엔 살려달라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 비서가 그녀에게 눈짓했다. “이 서류들은 모두 대표님께서 결재하셔야 할 문서들입니다.” “원래 이런 건 저희가 대신 처리할 수도 있지만요, 대표님께서 처음 회사에 오신 날이니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워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먼저, 첫 번째 서류부터 확인해 보시죠.” 졸업한 지 꽤 되었건만 이렇게 수업 듣는 기분은 참 오랜만이었다. 이 비서는 줄곧 웃는 얼굴이었지만 가르칠 땐 전혀 봐주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지금껏 처리한 문서는 고작 열다섯 건 남짓. 책상 위에는 여전히 두툼한 서류 더미가 남아 있었다. “오늘이 첫 출근인데 시작부터 이렇게 많은 결재 서류를 사인해도... 진짜 괜찮은 걸까요?” 각종 사안과 프로젝트가 눈앞에서 휘몰아치자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예전 의학 서적 외우던 악몽이 떠올라 몸서리칠 지경이었다. “이런 건 전부 사소한 거예요. 대표님께서 연습하시기에 딱 좋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답니다.” 이 비서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가 왜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던지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알겠어요...” 하지만 진짜 고생한 건 최유정이었다. 나는 그저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됐지만 그녀는 메모하고 중요 포인트를 표시하느라 오전 내내 펜을 손에서 놓지도 못했다. 점심 무렵, 그녀는 펜을 쥔 손을 주무르며 헐떡였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유 이사가 우리에게 너무 관대했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 다 되자 최유정이 내게 다가왔다. “점심은 뭐 드실 건가요, 대표님?” “구내식당에 무료 점심 있지 않아요? 난 거기서 먹으려고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비서가 곁눈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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