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 우리는 법원 경매 현장에 들어섰다.
이번 경매는 병원의 소유권뿐만 아니라 주택 등 여러 가지 자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경매가 시작된 후에 도착할 생각이었지만 한서진이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너무 들뜬 나머지 아침부터 나를 불러내 함께 오게 됐다.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을 땐 아직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현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서진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아는 얼굴을 찾는 듯했고 결국 수확 없이 입을 삐죽 내밀며 내 옆으로 다시 돌아왔다.
“병원 운영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요?”
그녀는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 그녀는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어여쁘고 매혹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민망한 곳에 시선을 빼앗길뻔했다. 나는 애써 눈을 돌렸다.
“저도 잘 몰라요. 병원을 운영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수년간 의사 생활을 해왔지만 내가 맡았던 건 그저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었을 뿐, 그 밖의 일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 일단 해보고 정 아닌 것 같으면 그만두죠, 뭐.”
그녀는 기지개를 켰다.
나는 참지 못하고 곁눈질했다.
억 단위의 돈이 오가는 큰 사업이 그녀에겐 그저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인 일이라니, 역시 의학 전공인 사람들은 돈이 많았다.
우리 집도 유복한 편이었지만 내 과거 씀씀이는 전부 강윤서를 위한 것이었고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선 그렇게 함부로 돈을 써본 적이 없었다.
“왜 그렇게 봐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 시선을 느낀 한서진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몸매 하나는 정말 좋았다.
그녀는 콧소리를 내며 느슨하게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예요? 하이힐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요.”
성숙한 외모와 분위기를 갖췄지만 결국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 아가씨에 불과했다. 고작 몇 분을 못 견디겠는지 거의 몸 절반을 내게 기대어왔다.
그녀는 부끄러운 기색 없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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