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비서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곧 계약서에 서명만 남은 상황인데 지금 멈춰버리면... 고성 그룹 측에서 이유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공사장에서 사람이 죽었고 오늘은 크레인 사고까지 났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낯짝으로 이유를 묻겠다는 거지?”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안에 담긴 압박감은 도저히 거스를 수 없을 정도였다.
“내가 말한 대로 해.”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비도 멎어 있었다.
내리기 직전 나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명함 하나 주실 수 있을까요? 나중에 꼭 제대로 인사드리고 싶어서요.”
그러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별일 아닌걸요.”
그의 태도는 고고하면서도 예의 바른 품위가 느껴졌다.
뒤이어 그는 조용히 비서에게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주라고 지시했다.
그제야 나도 내가 너무 무례했나 싶었다.
차 안에서 느껴졌던 분위기만으로도 이 남자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명함을 달라는 내 말이 혹시 그에게는 껄끄러운 접근으로 비쳤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괜히 괘씸하게 여겨졌을까 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비서가 나를 부축해 차에서 내려줬고 다행히 병원에서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어 그는 내게 휠체어를 가져다줬다.
이 와중에도 모든 건 비서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지만 차 안에 있던 남자가 그의 상사임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분은 성함을 알려주시지 않으시니까... 혹시 비서님 성함이라도 여쭤봐도 될까요?”
“저요? 저는 권성호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고마워하실 분은 따로 있어요. 제가 한 일은 별거 아니고요. 사실 아까도 저희 대표님이 비 맞고 앉아 계신 그쪽을 제일 먼저 보고 저더러 내려가 보라고 지시하신 거거든요. 그러니 감사할 일 있으면 저희 대표님께 하셔야죠. 저는 그냥 그분의 움직이는 팔다리예요.”
권성호는 휠체어를 밀며 이렇게 말했고 나는 민망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그분은...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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