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굴욕, 그 후는 짜릿함 + 두 번째 남주의 등장 + 이별 후 뒤늦은 후회 + 나이 차]
삼 년 전, 나는 죽은 아이를 출산했다.
고수혁은 ‘아이의 명복을 빈다'는 구실로 집에 불당을 차린 뒤 마음을 비우고 모든 욕망을 끊었다. 부부 생활은 한 달에 많아야 한 번, 내가 아무리 유혹해도 고수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문밖에 서서 그가 자신의 첫사랑 사진을 들여다보는 걸 보았다.
알고 보니 고수혁은 원래부터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만 무정했던 것이다.
나는 고수혁을 속여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게 한 뒤 그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그가 나를 미친 듯이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우리는 그의 외삼촌 결혼식에서 다시 만났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를 본 고수혁은 눈시울 붉히며 끝내 ‘숙모'라고 부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