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넓은 어깨에 잘록한 허리, 곧은 몸선, 예전에는 그 뒷모습만 봐도 시선이 절로 따라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겉껍데기만 남은 고수혁에게 그 어떤 설렘도, 끌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고수혁, 이제 그만 돌아가.”
“어딜?”
그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에 올라와 내 옆에 누워버렸다.
하여 나는 남은 힘을 다해 반대쪽으로 몸을 피했다.
이 남자가 서아현이랑 몇 번을 같이 잤을까, 그 생각만 해도 역겨워서 그냥 발로 차 내쫓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방금 마취가 풀린 상태에 다친 다리로는 몸을 움직이기도 벅찼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집에 네 딸이랑 애인이 기다리고 있잖아. 여기는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야.”
차가운 내 말에 고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기억 안 나? 지난달에 네가 레이스 슬립 입고 서재로 들어왔던 거. 그때는 꽤나 적극적이던데?”
그 말을 듣자 머릿속에 그날의 일이 떠올라 수치심에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없던 일이었으면 싶을 만큼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나는 원래 그런 유혹적인 성격도, 당돌한 타입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와의 부부 관계로는 도저히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그래서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마음을 다잡고 고수혁이 예전에는 좋아하던 블랙 레이스 란제리를 입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수치심 속에서 그의 다리 위에 올라탔었다.
입술을 맞추고 온갖 애정 표현을 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나를 밀어내고 외투를 내 몸에 툭 던지며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이딴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딱 술집 여자 같아.”
그러고는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고 서재를 나가버렸다.
그때만 해도 나는 고수혁이 외도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저 어떤 금욕적인 원칙을 지키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서아현한테는 그 모든 걸 깨고 다 주었던 것이다.
나는 그날 밤의 치욕적인 장면을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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