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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고수혁의 얼굴은 단단히 굳어졌다. “미경 씨, 지금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요.” 그러자 나는 휠체어를 밀고 앞으로 나섰다. “미경이는 나 보러 온 거야. 내가 불렀다고! 너는 네 애인이랑 딸이랑 놀면 되잖아. 미경이를 내쫓을 거면... 나도 같이 나갈게.” 고수혁은 체면이 상해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다미와 서아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송미경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 전 강아지에게 쫓긴 충격 때문인지 그녀의 몸은 아직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미경아...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송미경은 심호흡하며 내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근데 아까 네가 같이 나갈 거라고 했을 때 말이야... 난 고 대표님이 널 안 붙잡을 줄 알았어.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고 대표님은 이 지경인데도 둘 다 가지려고 한다니... 진짜 역겨운 인간이야.” “곧... 잃게 될 거야.” 그 한마디에 송미경은 조금은 마음이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오늘은 쇼핑하면서 네 기분 좀 전환시키려고 일찍 왔어. 그리고 심씨 가문 어르신이 다음 달에 파티 여신다고 초대장 보내셨더라. 우리 얼른 주얼리 고르러 가자.” “심씨 가문 어르신이 누군데?” 송미경은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영아, 너 진짜 세상과 벽치고 살았구나. 제운시 4대 가문 중 하나인 그 심씨 가문 말이야. 요즘 사업도 확장해서 해항시까지 들어왔어. 어르신이 해항시 날씨가 좋다고 정착했거든. 이번 파티는 해항시 상류층 네트워크 만들려고 여는 자리야.”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4년 동안 고수혁이 세상을 통째로 가려놓은 탓에 이런 정보들은 마치 TV 속 뉴스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송미경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고 대표님도 초대장 받았겠지. 근데 너희는 결혼한 사실을 숨겨놨으니까 널 데리고 갈 리가 없지. 하... 진짜 개자식이다.” “괜찮아. 난 지금 발도 불편하고 사람 많은 데 가고 싶지도 않아. 나 씻고 올게, 금방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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