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나는 고수혁이 건넨 상자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투명한 광택과 차가운 물빛이 감도는 보랏빛 비취 팔찌가 담겨 있었다.
색, 결, 투명도...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는 최고 등급이었다.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고수혁은 당연하다는 듯 내 손을 들어 팔찌를 끼워줬다.
“괜찮네. 잘 어울린다.”
그는 디자인과 크기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내 시선은 고수혁이 아니라 그의 어깨 너머 벽시계에 고정되어 있었다.
시계의 시침은 이미 새벽 두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결혼기념일은 축하도, 식사도, 말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흘러갔다.
“고마워. 나 지금 피곤한데... 더 할 말 있어?”
나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수혁 역시 예정된 절차를 끝낸 사람처럼 일찍 자라는 말만 남기고 방을 나갔다.
딸깍.
문이 닫혔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나는 검색을 이어가던 중, 이 팔찌가 최근 고수혁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격을 본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비취 팔찌의 가격은 무려 40억이었다.
전문가들도 전설처럼 회자하던 보랏빛 비취 목걸이를 능가할 만큼 희귀하고 값비싼 보물이라고 했다.
...
다음 날 아침.
내가 식탁에 앉자 서아현은 목에 걸린 보랏빛 비취 목걸이를 은근슬쩍 드러내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그녀는 내 손목에 새로 걸린 팔찌를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식사 내내 고수혁의 멘탈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내와 내연녀가 각각 그가 건넨 장신구를 하나씩 걸고 있는데도 그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평소처럼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내가 자리를 뜨려 하자 다미가 외쳤다.
“아빠! 저 나쁜 아줌마 팔찌랑 우리 엄마 목걸이가 세트 같아요! 둘 다 보라색이에요!”
“다미야, 다음에 아빠가 엄마한테 더 예쁘고 좋은 걸 사줄게.”
그러나 다미는 입을 내밀며 말했다.
“싫어요! 저는 아줌마 팔찌가 제일 예뻐요! 엄마한테 잠깐만 주세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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