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나는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었다.
그날 위출혈 증상을 보인 뒤, 고수혁이 이 일에 대해 더 파고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고수혁에 대해 아직 잘 몰랐었다.
고수혁과 같은 부류의 사람은 일을 처리하는 데 빈틈이 없었다. 그런데 허점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내가 변호사를 찾아 이혼을 준비하는 것도 알고 있어?”
“그건 아직 모르는 것 같았어.”
송미경은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이혼 준비를 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그날 서아현의 머리카락 표본을 가지러 안방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어.”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송미경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 지금이라도 당장 본가에 가서 숨어있어. 고 대표가 너한테 나쁜 짓이라도 할까 봐 무서워. 고 대표의 눈빛은 사람을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서늘했어.”
이내 단념한 나는 고개를 떨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친정집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고수혁은 바로 나를 찾아올 거야. 무엇보다 고성 그룹에서 연구 개발한 심폐 보조 장치 출시가 연기되었어. 고수혁의 성격으로 언제든지 엄마의 심폐 보조 장치를 꺼버릴 수도 있어.”
바로 그때, 마당에 차 불빛이 반짝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자연스레 고수혁이 집으로 돌아왔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나는 곧 휘몰아칠 폭풍을 조용히 기다렸다.
내가 절뚝거리는 다리로 거실에 도착했을 때, 고수혁이 마침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수혁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은 채 나에게 봉투를 던지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해.”
고수혁은 싸늘한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눈빛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금방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만 같았다.
“이미 다 알고 온 게 아니야? 뭔 설명이 더 필요해?”
나는 고수혁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무작정 그를 떠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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