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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작년 연말, 엄마의 병이 갑자기 악화되었다. 원래 식물인간 상태였던 엄마는 온몸 장기들이 갑자기 기능을 멈춰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의료 장비를 사용하면 엄마의 온몸 혈액을 한 번에 새로운 피로 바꿀 수 있으며 동시에 심폐소생 기능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적시에 사용하면 병세가 역전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의료 장비는 고수혁의 회사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당시 이 장비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아 내부 직원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다. 고수혁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바로 전화를 걸어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수혁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의사더러 최선을 다해 어머님 병 치료하라고 해. 돈은 문제가 아니니까.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 고수혁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고수혁에게 돈은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나를 쉽게 얻었기에 더 이상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모든 희망을 잃은 나는 대체 어떤 일이 우리 엄마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날 고수혁이 말한 ‘급한 일’이란 다미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었다. 해항시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하늘에 기도할 때 고수혁은 제운시 가장 큰 놀이공원에서 그의 애인과 사생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비록 오빠가 겨우 그 장비를 구해 엄마가 잠시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그날의 절망과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가슴속의 터질 것 같은 분노와 고통을 억누르며 서둘러 노트북을 찾아 서아현의 사진을 캡처하고 사진도 저장해 두었다. 오늘 서아현이 나를 자극한 모든 것들은 추후 고수혁과 법정에서 맞설 증거가 될 것이다. 이 사진들을 본 나는 문득 어제 고수혁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 사진들이 우리 회사 IP로 유출된 거라고 했던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나는 세븐스타 엔터의 편집장이었기에 외부에 나가는 모든 기사는 반드시 내 검수를 거쳐야 했다. 고수혁이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 부서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사람이 있는 걸까?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내가 ‘들어오세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문을 밀고 들어온 고수혁은 나를 추궁하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 침대 위에 던지며 차갑게 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난리를 칠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에 유출된 서아현의 사진에 이어 오늘 또다시 서아현의 사진이 유출되었다. 여전히 고수혁은 흐릿하게 나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다른 의도를 품지 않은 이상 연이어 유출될 리가 없었다. 고수혁을 힐끗 바라본 뒤 말했다. “내가 한 짓이 아니야. 한 번만 믿어 줄 수는 없는 거야?” 바로 그때 다미가 급하게 울며 뛰어 들어왔다. “아빠, 엄마가 집을 나가려고 해요! 빨리 가서 말려 주세요. 엄마를 붙잡아주세요!” 이 말에 얼굴이 굳어진 고수혁은 딸을 안고 급히 밖으로 갔다. 고수혁에게 분명히 말하기 위해 거실로 따라 나간 나는 서아현이 떠나는 것을 고수혁이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미도 서아현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며 계속해서 ‘엄마, 가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나는 한쪽에 서서 이 세 식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인터넷에서는 서아현이 트래픽으로 데뷔한 연예인이라며 얼굴은 반반하지만 연기가 형편없을 정도로 발 연기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서아현은 꽤 실력 있는 연기자였다. 울고 싶을 때 바로 눈물을 글썽이며 울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수혁 오빠, 나 그냥 가게 해줘.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래.” 서아현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 명예고 뭐고 다 망가질 거야!” 고수혁이 서아현을 위로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내가 한마디 했다. “사생아까지 데리고 우리 집에 들어올 정도면 불륜인 걸 뻔히 안다는 뜻인데 그런 여자가 명예를 신경 쓰나요?” “윤세영, 닥쳐!” 나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친 고수혁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서아현에게 말했다. “이번 일, 내가 정확히 설명할 테니 가지 마, 가면 안 돼. 다미는 너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서아현이 이대로 떠날까 봐 진짜로 겁에 질린 다미는 울면서 말했다. “엄마, 갈 거면 다미랑 아빠도 데리고 가 주세요. 네?” 그러더니 나를 가리키며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 “이 아줌마, 너무 무서워요. 다미는 이 아줌마랑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다미를 꼭 끌어안은 서아현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가야, 엄마도 우리 다미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나는 고수혁을 가볍게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그냥 있어. 어디 갈 필요 없어. 내일 변호사 불러서 혼인 기간 내의 재산을 나누자. 난 내 몫만 챙기고 나갈게. 이 집에 계속 머물면 당신 그 귀여운 딸이 겁만 잔뜩 먹을 것 같으니까.” 애인과 딸은 나를 내쫓지 못해 안달이 났고 나 또한 자진해서 나가겠다고 하니 궁지에 몰린 고수혁이 분명 동의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은 고수혁의 안색이 먹구름이 몰려드는 것처럼 잔뜩 어두워지더니 불같이 화를 내며 한마디 했다. “이번 일, 완전히 밝혀지기 전까지 넌 어디도 못 가!”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나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서아현이었다. 서아현은 당연히 진짜로 떠나지 않았다. 약간의 연기를 한 후 고수혁과 딸에게 ‘설득’되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 저녁이 되자 유영자가 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모님, 저녁 준비가 다 되었는데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오후에 거실에서 벌어진 소동을 다 들은 유영자는 아마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또다시 기분이 잡칠까 봐 걱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억울한 누명을 쓸 수는 없었다. 비록 이 모든 사진들을 공개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진 속 남자가 누군지 똑똑히 보게 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이대로 누명을 쓴 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유영자에게는 음식을 방까지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말한 뒤 당당하게 식당으로 갔다. 서아현도 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고수혁은 긴 식탁의 상석에 앉아 있었고 서아현과 다미는 상석의 양옆에 앉아 고수혁을 ‘모시고’ 있었다. ‘이건 뭐, 내 자리가 없다는 뜻인가?’ 나는 고수혁의 맞은편에 앉으려 했지만 둥근 긴 식탁이라 그렇게 하면 음식이 손에 닿지 않았다. 그래서 차분한 얼굴로 다미 옆에 앉았다. 그러자 어린아이는 귀신이라도 본 듯 나를 무서운 존재라 생각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아현 옆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서아현이 딸을 안으며 고수혁에게 말했다. “오빠, 나는 다미 데리고 방에서 먹을게.” 서아현 역시 자기 딸 다미처럼 나를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 같았다. 서아현이 일어나려 할 때 고수혁이 한마디 했다. “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 그러고는 나를 보며 경고했다. “윤세영, 질투심에 속셈을 부리려는 생각 모두 거둬. 말했잖아, 두 사람 잠시 머무는 것뿐이고 절대 널 방해하지 않을 거야.” 내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서아현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세영 씨, 저와 수혁 오빠는 세영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러니 앞으로 더는 저를 저격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인데 다미도 다치게 하지 마세요. 만약 어느 날 다미의 사진까지 유출이 되면... 여론들이 다미를 함부로 공격하면 저 정말 못 살 것 같아요. 다미가 피해를 당하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자기 딸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고수혁은 얼굴이 잔뜩 굳어지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어요. 이 사진을 유출한 사람, 정말 염치가 없네요. 아이까지 이용하다니. 내일 회사에 가서 확실히 조사해 보죠. 과연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서아현은 속눈썹이 살짝 떨렸지만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 “이건... 조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폭로한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누가 자기 폰으로 이런 폭로를 하겠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잡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대체 어느 배신자가 외부 사람과 협력하여 이런 짓을 하는지 나야말로 보고 싶네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서아현의 얼굴에 눈에 띄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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