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연정우는 바로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 가방에 있던 책을 전부 꺼냈다. 비록 선생님이 숙제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늘 그렇듯 하지 않았고 챙겨오지도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그가 챙긴 것은 그저 손에 집히는 책 몇 권이었다. 그냥 연시윤의 앞에서 하는 척만 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하필 그가 꺼낸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문제집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그 남자를 꼬시는 법」이라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임이서는 알록달록한 소설 표지를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연정우는 바로 변명했다.
“이건 내 책이 아니야. 옆자리에 있던 장미소의 책이야. 나도 왜 이 책이 나한테 있는지 모르겠어.”
연시윤은 갑자기 손을 뻗어 임이서의 문제집을 가져가 버렸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스치듯 임이서의 손을 툭 건들고 말았다. 놀란 임이서는 감전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얼른 손을 내렸다. 차가운 촉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도 천천히 고개를 들며 미간을 구겼다. 그는 그녀가 이런 접촉을 싫어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방금은 분명 실수로 닿은 것이었다. 손을 내린 임이서는 방금 그의 손가락이 닿은 부위를 만지작거리다가 연정우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는 하나도 안 챙겨온 거야?”
“윽...”
연정우는 황급히 가방을 뒤적이더니 변비 걸린 사람처럼 미간을 구겼다.
“...응.”
임이서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해가 갔다. 여하간에 반성맨이라고 불리는 사람이었으니 가방에 숙제가 있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집을 연정우에게 건넸다.
“그럼 내 걸 빌려줄게. 문제들을 전부 베껴. 오늘부터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는 반드시 하는 거야. 문제집을 챙겨오지 않았다고 해도 숙제를 제출할 수 있으니까.”
“아...”
연정우는 숙제를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게임뿐이었고 지금쯤 이미 그의 친구들이 게임을 켠 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내일부터 하면 안 돼? 오늘은 이쯤에서 하자. 난 먼저 방에 올라가서 쉴게.”
그는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며 도망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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