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상전님, 회의 중 아니었어요? 왜 나왔어요?” 연정우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연시윤은 그가 또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 짐작했다. 며칠 전, 서 교장은 연정우가 약간 장난이 심하다고 했었다.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여 국기 계앙식을 할 때면 그가 유독 눈에 띈다고 했다. 그도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건 학교의 오랜 전통이었다. 그가 어두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 임이서의 손에서 반성문을 낚아채 힐끗 훑어보았다. 그 순간, 어둡고 깊은 눈동자에 불꽃이 일어났다. “연정우.” 깜짝 놀란 연정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재빨리 도망쳤다. “엄 집사님.” 그가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엄철용은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이내 연정우의 뒤를 쫓아가 그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 연정우는 울상이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임지성 그놈 탓이라니까요. 그놈이 학교에서 제 소문을 퍼뜨렸어요. 그래서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 거예요.” “저 정말 억울하다고요.” 연시윤 앞에서 벌벌 떠는 연정우를 보고 그녀는 그가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련님, 이번에는 정말 임지성이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에요. 담임 선생님도 연정우가 임씨 가문의 미움을 살까 봐 반성문을 써서 사과하라고 한 거고요.” 연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시윤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어두운 눈빛으로 연정우를 쳐다보았다. 임이서가 연정우의 편을 들지 않았더라면 연정우는 오늘 호되게 맞았을 것이다. “내가 말했지. 네가 학생의 신분에서는 연성에서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임씨 가문의 그놈이 무슨 소문을 퍼뜨렸기에 네가 손찌검까지 한 거야?” 연정우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 “나랑 임이서가 사귀는 사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두 사람이...” 입에 담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잤다고 했어요...” 그 순간, 연시윤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