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그날 밤, 임이서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고 머릿속에는 엄철용이 해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새벽에는 악몽까지 꾸었다.
꿈속에서 해적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마냥 섬으로 달려들었고 곳곳에는 총성과 칼날이 번뜩였다.
모래사장에 흘러넘친 피는 바다마저 붉게 물들였다.
온통 핏빛으로 물든 꿈속에서 강렬한 피비린내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어린 소년은 선물 상자 안에 웅크린 채 좁은 틈새로 눈을 내밀고 있었다.
그 소년은 자신의 혈육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입을 꽉 막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 했지만 눈에는 무력감과 공포, 그리고 눈물이 가득했다.
악몽에서 깬 임이서는 가슴이 미어져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꿈꾼 것만으로도 괴로워 미칠 지경인데 그때의 연시윤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두 눈으로 피의 복수를 목격하고 그 긴 어두운 세월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때마침 베개 옆에 있던 휴대폰 울렸고 받아 들자 김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야, 빨리 병원으로 와.”
김하준의 목소리는 긴장과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는 의료진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도 들려왔다.
“빨리. 도련님을 막아요”
“원장님, 도련님이 완전히 미쳤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임이서는 잠옷을 갈아입을 틈 없이 크로스백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엄철용도 소식을 듣고 차를 끌고 나왔다.
“이서 씨, 얼른 타세요.”
차에 오른 임이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어제 밤 병원을 떠난 자신을 몹시 원망하고 있었다.
비록 연시윤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극도로 불안해했지만 누군가 곁에서 달래주기만 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심한 심리적 외상을 겪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건 단순히 달래기만 해서 나아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얼굴이 굳어 있었고 마음도 무거웠다.
잠에서 깨어난 연시윤이 그녀가 곁에 없는 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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