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우혁수는 어두운 얼굴로 몸을 피하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나가십시오.”
그가 한발 물러서자마자 나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소청옥!”
그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문을 걸어 잠갔다. 성가신 자들을 쫓아낸 뒤에야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밖에는 위유정이 여전히 서 있었다. 아마 우혁수와 몇 마디 주고받은 듯했다.
그 뒤로는 의원을 부르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픈 척 연민을 얻으려는 수법으로는 그 어떤 큰일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때 다정이 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었다.
“마님! 큰일 났습니다! 위유정이 독을 마셨답니다!”
나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죽었느냐?”
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숨은 붙어 있답니다. 나리께서 급히 의원을 부르셨대요.”
나는 하품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결과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위유정이 이 집에 더 머물기 위한 수단을 쓰리란 건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죽을 결심은 하지 못한다. 그녀는 결코 그런 성정의 사람은 아니다.
“가 보자꾸나.”
“오라버니... 유정이가 잘못했습니다. 정신이 들고 나서야 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습니다. 감히 오라버니를 다시 볼 면목도 없습니다... 하나 너무 무섭습니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질 생각에 숨이 턱 막히고... 다시는 어리석은 짓 안 할게요. 다 나을 수 있다면 고향으로 가겠습니다. 병이 낫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제 팔자겠지요. 오라버니, 제발... 제게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세상을 떠날 때 곁에 피붙이 하나 없이 쓸쓸히 죽고 싶진 않아요... 흐윽...”
거처에 들어서기도 전, 나는 그녀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유정은 눈물범벅인 얼굴로 우혁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제의 광기 어린 집착은 온데간데없고, 가련한 아픔만 가득했다.
우혁수 역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함께 자란 사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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