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심씨 가문의 도련님을 아세요?
매우 잘생긴 한 명은 타고난 복스러운 눈매를 가졌으며 말보다 먼저 웃음을 띠는 인상에 살짝 곱슬머리까지 더해져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인상을 주어 마치 봄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플한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어도 유독 돋보였다.
다른 한 명은 그보다 훨씬 진지했고 키도 더 컸으며 선명한 턱 라인에 미간 사이로는 강한 기운이 흘렀다.
군복을 입고 있어서 한눈에 군인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잘생긴 남자가 즉시 다가와 첫마디를 던졌다.
“성훈아, 이분이 제수씨?”
나를 바라보는 낯선 남자의 시선에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주성훈은 그 남자를 흘깃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남자도 일어나 주성훈을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왔어.”
원래 주성훈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그 말을 듣고는 혹시라도 그들의 중요한 일을 방해할까 봐 급히 한마디 했다.
“성훈 씨, 그럼 나는 먼저 올라갈게요.”
주성훈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개할게.”
말이 끝나자마자 잘생긴 남자가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개할 필요 없어, 내가 직접 할게.”
그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신도윤이라고 해요.”
군복을 입은 남자도 바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이정환이에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그들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소은진이에요.”
신도윤이 복스러운 눈을 깜빡였다.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성훈이가 은진 씨를 위해 구씨 가문까지 건드렸으니...”
주성훈이 신도윤을 불렀다.
“형.”
신도윤은 항복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말 안 할게.”
한편 이정환은 차분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뛰어난 외모의 남자를 본 나는 속으로 추측했다.
아마도 제도 이씨 가문과 신씨 가문의 도련님이지 않을까.
고민아가 말한 내용에 따르면 이씨 가문은 주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권세가 막강하고 두 가문이 항상 협력해 제도에서는 최상위 가문이라고 했다.
신씨 가문은 재산이 국고를 넘어설 정도였고 그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주씨와 이씨 가문이 굳건히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급히 화림까지 주성훈을 만나러 온 데다 이정환은 군복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던 걸 보면 정말 심각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눈치껏 자리를 떠나려 했다.
주성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올라가 쉬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는 중 신도윤이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애를 위해 구씨 가문과 완전히 적대한다고? 예쁘긴 하지만 제도에서 널 따라다니는 여자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제도의 재벌가 딸들은 물론이고 구소연 한 명과만 비교해도 나는 한참 모자랐다.
그러니 신도윤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신도윤도 오해하고 있었다. 주성훈은 단지 내게 그의 여자친구인 척하라고 한 것일 뿐이었고 나 또한 나를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재벌가 아가씨들은 모두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여자들과 엮이면 두 가문의 관계가 얽히게 되어 번거로워질 것이다. 주성훈은 그런 문제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반면 나는 친아버지조차 버린 어린애로, 그에겐 훨씬 통제하기 쉬운 존재였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나는 약간 우울해졌다.
방으로 돌아온 후 이 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오늘 소석진과 강민지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소석진의 발끈한 모습과 강민지의 당황한 표정을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응징을 받지 못했으니까.
주성훈의 말대로 천천히 서로를 괴롭히게 할 수도 있었다. 엄마가 겪었던 고통과 죽음에 비하면 이 정도의 벌은 너무 가벼운 것 같았다.
소석진은 여전히 외할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한 채 편히 살 것이고 강민지는 잠시 고생하더라도 꼬리를 치면서 소석진을 다시 잘 구슬리면 그의 총애를 받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의 정신병 증명서가 아직도 소석진의 손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운명은 여전히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게다가 구소연은 나에게 3일 안에 주씨 저택을 나가라고 명령했다.
구소연의 성격상 내가 본인 말에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손을 쓸 것이다.
이것도 큰 골칫거리였다.
주성훈에게 구소연의 협박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니면 핑계를 대고 나갈까?
어쨌든 지금은 소석진과 강민지가 바쁜 상황이니 당분간 나를 괴롭힐 여유가 없을 테고 이 기회에 화림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주경민이 돌아온 것이었다.
휴대폰을 건네더니 영상을 하나 재생해 보여주었다.
강민지는 머리가 흐트러진 채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소석진은 욕을 하며 그녀를 걷어차면서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다. 강민지는 울며 간청했지만 소석진은 더욱 심하게 때렸다.
주경민이 경호원에게 제지하라고 신호를 보낸 후에야 강민지는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강민지의 공포와 원한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강민지의 비참한 모습과 소석진의 잔인한 행동을 보니 속은 후련했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소석진이 강민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도하민과의 일을 알았을 때 그녀를 보호해줬더라면 나는 소석진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석진의 사랑은 그저 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강민지를 위해 엄마를 벼랑 끝으로 내몬 뒤 외할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고 나에게 독살을 시도했다.
이런 인면수심의 악당이 아직도 세상에서 위세를 부리고 있다니.
가장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석진이다.
주경민은 내 불만을 눈치챈 듯 한마디 말했다.
“이번 일,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셋째 도련님의 지시를 기다려야 해요... 셋째 도련님과 이야기 해봐도 돼요.”
조용히 휴대폰을 돌려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주경민의 암시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제국대학교 의대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은 편이었다.
주성훈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한 이유 또한 주성훈의 조건이 내가 그의 여자친구인 척하는 것이었으니...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주성훈과 솔직하게 이야기하려던 참이었다.
...
저녁 식사 시간, 정혜경이 내려오라고 불러 아래층으로 가보니 주성훈과 두 친구는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한눈에 봐도 복스러운 눈매가 유독 돋보이는 신도윤이 가장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성훈이 가장 잘생겼다. 검은 눈썹과 별 같은 눈동자로 잘생김의 대명사에 가장 적합했으며 왠지 모르게 우아함도 풍겼다.
이정환도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을 줬기에 거리감이 느껴져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임이 한눈에 보였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세 명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훌륭한 남자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니 감당하기 어려웠다.
신도윤이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은진 씨, 어서 와서 식사해요.”
내가 머뭇거리자 주성훈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이리 와.”
친구들 앞에서 차마 주성훈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 없어 급히 다가갔다.
신도윤이 미소를 지으며 감탄했다.
“정말 사이좋네.”
식사 중, 신도윤이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은진 씨, 의대생이라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제국대 의대는 특히 입학하기 어렵다면서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에요.”
신도윤이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물었다.
“심씨 가문 도련님 알아요? 그 사람도 제국대 의대 출신이에요.”
갑작스럽게 꺼낸 심씨 가문 이야기에 잠시 멈칫했지만 숨기지 않았다.
“들어는 봤어요. 교수님들이 자주 언급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보다 몇 년 선배라 실제로는 못 봤어요.”
그 말에 신도윤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