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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절대로 이혼하지 마세요

강민지는 소석진을 늙은이라고 욕하며 도하민에게 소석진이 너무 늙었다고 불평했다. 강민지를 한결같이 좋아하는 도하민은 어떻게든 그녀를 힘든 상황에서 구해내려 했다. 하지만 강민지는 원하지 않았고 소석진의 돈을 모두 빼앗은 후 약을 타서 빨리 죽여버리면 도하민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 녹음이 공개되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소석진은 당장이라도 불꽃이 튀어나올 것 같이 증오하는 눈빛으로 강민지를 바라보았다. “나를 해치려 한 거야?” 소석진이 과거 강민지를 얼마나 아꼈는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민지에게 이런 악담을 퍼붓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석진은 원래부터 이기적인 인간이었고 강민지가 소석진에게 아양을 잘 떨었기에 소석진도 그녀에게 호의를 보였던 것이다. 이제 강민지가 소석진의 뒤통수를 치고 몰래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더 이상 그녀를 아낄 리 없었다. 강민지가 눈물을 흘리며 변명했다. “아니에요. 오빠... 이 녹음도 가짜예요... 내 말 믿어줘요...” 한마디 하지 않은 주성훈은 믿거나 말거나 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런 신비로운 태도가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분노로 경련을 일으킨 소석진은 발로 강민지의 배를 걷어찼다. “이년, 네 잡종이랑 같이 죽어버려!” 강한 발길질에 뒤로 날아간 강민지는 테이블에 부딪힌 후 천천히 바닥에 쓰러져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주성훈이 말했다. “경민아, 의사를 불러 진찰하게 해. 괜히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주성훈을 바라보았다. 왜 강민지를 구하려는 걸까? 그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소석진도 씩씩거리며 말했다. “주 대표님, 이년은 도와줄 가치가 없어요...” 주성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소 대표님, 강민지 씨를 가장 좋아하지 않았나요? 강민지 씨를 위해 본처를 죽음으로 내몰고 친딸을 정신병원에 보낸 시나리오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강민지 씨를 구해주면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석진은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억지로 웃으며 아첨했다. “저... 저는 이년에게 속은 것뿐이에요...” 주성훈이 미소를 지었다. “절대 이혼하지 마세요. 강민지 씨 배에 있는 아이도 키우고요. 소 대표님이 이 아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잘 키우시겠죠?” 주성훈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은 소석진을 협박하는 것이었다. 큰 억압에 짓눌린 소석진은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주성훈의 수완은 정말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소석진에게 진실을 알리면서도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고 심지어 잡종을 키우도록 강요했다. 이건 소석진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소석진이 화가 나면 자연스럽게 강민지에게 화를 풀 것이고 강민지는 매일 밤 그 학대를 견뎌야 할 것이다. 정말 일석이조였다. 전에 나는 진실을 공개할지에 대해 망설였다. 하지만 주성훈이 나 대신 선택을 해줬다. 소석진과 강민지의 관계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들이 서로를 괴롭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속셈과 수완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지만 주성훈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아주 태연했다. 고귀한 재벌 집 아들이 속으로 이런 계산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음이 복잡했다. 정신을 차린 소석진은 울먹이며 말했다. “주 대표님, 이건... 우리 집안일인데요...” 주성훈이 소석진을 힐끗 보고 말했다. “내가 굳이 참견하고 싶다면요?” 짧은 한마디에 소석진은 할 말을 잃었다. 주성훈은 소석진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은 채 내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볼 일 다 봤으니 가자.” 나는 멍한 얼굴로 주성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사람의 시선 속에 주성훈은 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소석진이 주성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성훈의 경호원에게 막혔다.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뜨는 주성훈의 모습에 나는 차에 탈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성훈이 나를 보고 말했다. “경민이 아직 현장에 있어. 나중에 영상을 보여줄 거야.” 진짜로 소석진과 강민지의 그다음 반응이 궁금했던 나는 마음을 들킨 것 같았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소석진과 강민지가 불행해질수록 나는 더 기뻤다. 잠시 멈칫한 후 조용히 말했다. “성훈 씨, 오늘 나 대신 화 풀어줘서 고마워요.” 주성훈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쯤 소석진과 강민지는 흥겨운 결혼식을 마쳤을 것이다. 강민지가 소씨 가문의 새로운 여주인이 되어 외할아버지의 것을 빼앗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주성훈을 바라보았다. 주성훈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행동할 것이라는 뜻인가? 과묵한 성격의 주성훈이 얼마나 날카로운 수완을 보여줄지 생각하니 왠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주성훈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나도 잠시 생각해본 뒤 더는 묻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니 주성훈의 성격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말하기 싫어하면 어떻게 해도 절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을 차린 나는 주성훈이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확 달아올라 급히 손을 뺐다. 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주성훈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은 뒤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차가 소씨 저택을 나선 뒤 익숙한 거리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나는 잠시 침묵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성훈 씨, 난 계속 도움만 받는데 보답할 게 없네요...” 그 말에 주성훈이 나를 올려다보자 나는 불안한 얼굴로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사실 주성훈을 떠보는 것이었다. 비록 결혼식 현장에서 화림의 사람들에게 주성훈이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는 것을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주성훈과 너무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주성훈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내 마음을 지키고 싶었고 다시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약간 눈살을 찌푸린 주성훈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이미 보답한 거니까.” 오늘 나를 데리고 사람들 앞에서 여자친구 역할을 시킨 것을 의미하는 걸까? 내가 떠보는 것을 눈치채고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 같아 약간 낙담했다. 내 이런 마음을 주성훈은 모를 리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성훈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한 채 주씨 가문으로 돌아왔다. 비는 이미 그쳤고 해가 나왔다. 비 온 뒤의 정원 공기는 상쾌했고 새들도 지저귀고 있었다. 주성훈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나는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성훈 씨.” 이미 한 발 밖으로 내디딘 주성훈은 고개를 돌려 나를 담담히 바라보았다.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와 얼굴에 비치니 검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말했다. “여자친구 역할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거절한 거예요... 지금도 마음이 바뀌지 않았고요...” 주성훈은 몇 초 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알겠어.” 주성훈은 그렇게 세 글자만 남긴 채 차에서 내렸다. 나는 주성훈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방패막이로 쓰지 않겠다는 뜻인가?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급히 주성훈의 뒤를 따라갔다. 워낙 다리가 긴 주성훈인지라 대문 앞에 가서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성훈은 더 이상 내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 했다. “들어가자.” 한마디만 남긴 뒤 먼저 현관으로 들어가는 주성훈의 모습에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야 했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에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두 남자는 모두 매우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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