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가짜 연인의 연장전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주성훈은 이미 집을 나간 뒤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주씨 가문 저택에서 치료에 전념했고 회사에도 가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주성훈은 유난히 바빴는지 얼굴을 마주할 기회조차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온몸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고 남은 건 매일 소독하는 것과 붕대 교체가 필요한 얼굴뿐이었다.
아직 거울로 제 얼굴을 볼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혹시 흉터가 남더라도 상관없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어차피 나는 얼굴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손만 무사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움직이는 데 큰 불편함이 없어지자 나는 신세계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주성훈은 여전히 집에 없었고 나는 그에게 문자를 남긴 후 택시를 불렀다.
차에 올라 막 저택 대문을 나서려던 순간 마침 제도 번호판을 단 그의 SUV가 들어왔다.
주성훈은 차에서 내려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왔고 주경민이 차 문을 열었다.
주성훈이 몸을 숙여 나를 내려다보며 짧게 말했다.
“내려.”
나는 그를 바라보기만 할뿐 움직이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워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던 나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주성훈은 갑자기 몸을 숙여 나를 안아 들었다.
깜짝 놀란 나는 그의 품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저 이제 다 나았어요.”
그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나를 안고 곧장 안으로 향했다.
거실 소파에 나를 내려놓은 주성훈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제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네.”
긴장된 손끝이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주성훈이 먼저 화제를 꺼냈다.
“우선 출국 얘기부터.”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꼿꼿이 세웠다.
주성훈은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그 대신 내 여자 친구 역할은 계속 해야 해.”
뜻밖의 말에 잠시 멍해진 나를 두고 주성훈이 말을 이었다.
“널 외국에 보내려 했던 건 네 어머니의 뜻이었어. 소석진을 이길 수 없을 거로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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