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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절망 속의 반격

나는 순간적으로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구소연의 얼굴에는 광기와 흥분이 뒤섞인 기운이 서려 있었다. 나는 구소연이 정말 날 죽일 생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소연은 완전히 미쳐 있었다. 애초에 단지 구소연을 자극해 나를 풀어주게 하려 했을 뿐인데 오히려 그녀의 살의를 완전히 불러일으킨 셈이었다.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내가 널 죽이면 성훈 씨가 나한테 뭐라 할 것 같아?”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구씨 가문의 장녀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주성훈이 과연 나를 위해 구씨 가문과 척질 리가 있을까? 사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약한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설령 뭐라 하지는 않아도 절대 함께하지는 못할 거야.” 내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구소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비웃듯 말했다. “말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어차피 오늘 내 손에 잡힌 이상 절대 무사히 못 나가.” 그녀의 손끝이 내 부상 부위를 따라 턱끝까지 천천히 미끄러지더니 차갑게 웃었다. “성훈 씨는 네 이런 청순한 얼굴에 홀린 거야. 그 청순함이 사라진다고 해도 여전히 널 좋아할까?” 나는 그녀 말 속에서 낯선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구소연이 일어나 보디가드에게 손짓하자 보디가드가 주사기를 건넸다. 그녀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풀어. 그리고 꽉 붙잡아.” 그녀가 뭘 하려는지 눈치챈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수많은 보디가드 앞에서 도망칠 틈은 전혀 없었다. 나는 거칠게 바닥에 짓눌렸다. 구소연이 쭈그리고 앉아 내 팔에 바로 주사기를 꽂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좋은 거야. 외국에서 막 개발된 건데... 잠시 후 내 부하들이 너랑 놀아주면서 네 욕구를 해결해 줄 거야. 겸사겸사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성훈 씨한테 보내줄게.” 나는 피할 수 없었다. 주삿바늘이 혈관에 박히는 순간 비로소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구소연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수많은 남자에게 농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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