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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독사의 눈빛

나와 함께 있던 건 주씨 가문의 운전기사 한 명뿐이었고 소석진은 무려 십여 명을 데리고 와 우리의 차를 가로막았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곧장 나를 붙잡아 결박하려 들었다. 나는 즉시 반항했지만 그가 데려온 자들은 하나같이 몸놀림이 날래서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가 내 입을 틀어막고 그대로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낯선 창고 안에 있었다. 몸은 단단히 묶인 채 의자에 고정돼 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소석진은 두말없이 서류 한 장을 내 가슴팍에 던졌다. “당장 사인해. 안 그러면 죽여 버릴 거야.” 고개를 숙여 보니 재산 양도서였다. 역시 소석진의 목적은 명확했다. 주성훈이 힘겹게 되찾아 준 외할아버지의 재산을 다시 소석진의 손에 넘길 수는 없었던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럴 바엔 날 죽여.” 그 순간 그의 손이 번개처럼 날아와 왼쪽 뺨을 후려쳤다. “배은망덕한 년, 내가 진짜 못 죽일 것 같아?” 그쪽 뺨은 얼마 전 구소연에게 베인 상처가 아직 덜 아물어 흉터가 남아 있던 곳이었다. 그 위로 다시 강하게 얻어맞으니 화끈거리는 고통이 뼛속까지 스몄다. 나는 비웃음을 흘렸다. 외할아버지의 재산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소석진은 정말로 나를 죽이는 것쯤이야 두려워하지 않을 인간이었다. 그는 더 이상 말싸움을 할 생각이 없는 듯 보디가드에게 말했다. “묶은 거 풀어.” 나는 당연히 소석진이 나를 풀어줄 리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결박이 풀리자마자 보디가드들이 내 엄지손가락을 억지로 펴서 양도서에 지장을 찍게 하려 했다. 그게 소석진의 속셈이었다. 나는 소석진의 목표를 이뤄주고 싶지 않아 손가락이 부러질 듯한 고통에도 주먹을 꽉 쥐고 버텼다. 소석진은 분노에 차 내 배를 발로 걷어찼다. “손가락 잘라 버려!” 돈에 미쳐버린 소석진은 재산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내 손은 사람을 살리는 손이고 앞으로 의학도 배워야 하는데 여기서 손가락을 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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