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불안과 설렘 사이
나는 황급히 얼굴을 다시 베개 속에 파묻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 순간에서야 정신이 조금 돌아왔지만 곧 몰려온 부끄러움이 거센 물결처럼 온몸을 덮쳤다.
의식이 아득해지기 전 단단하고 힘 있는 그의 팔이 나를 꼭 끌어안았고 귓가에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쳤다.
“착하지? 푹 자.”
나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편안한 자리를 찾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해졌다가 아침부터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심우진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 일, 소석진에게 붙잡힌 일, 구소연이 약을 먹인 일, 그리고 주성훈이 날 구하러 온 일...
그다음은 차마 끝까지 떠올릴 수 없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라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손을 조금만 들어도 팔다리가 묵직하게 뻐근했고 마치 온몸이 무거운 돌에 짓눌린 듯 성한 곳이 없었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임을 알기에 더더욱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필 그때 머리 위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끄러움에 정신이 팔려 곁에 주성훈이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니 주성훈이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 팔로 나를 감싼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닿자 그도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먹빛처럼 짙은 눈동자에 침대 옆 스탠드 불빛이 번져 마치 작은 별이 반짝이는 듯했다.
주성훈은 잠시 넋을 잃은 나를 보며 서류를 내려놓고 몸을 숙여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자기야, 괜찮아?”
다시 들은 자기라는 호칭에 가슴 한가운데가 이유 없이 뜨겁게 데워졌다.
그는 짧게 입을 맞추고 나서 말했다.
“밥 가져오라고 할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나를 안고 있다가 팔을 풀고 일어섰다.
주성훈의 온기가 사라지자 가슴 한쪽이 텅 빈 듯 허전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넓은 어깨와 곧은 등, 균형 잡힌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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