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보미는 어떡하고
솔직히 말해, 내겐 속일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가 내 재산을 노렸을 리도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남기신 재산이야 계약서에 그가 내게 준 것들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혹시 내가 어려서 속이기 쉽다고 생각한 걸까 싶었지만 그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의 신분과 지위를 생각하면 나보다 훨씬 젊고 예쁘며 집안까지 좋은 여자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그의 눈을 곧게 바라봤다.
“진심이에요?”
물론 ‘나에 대해 진심이냐’는 말은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의도를 충분히 알아챘을 것이다.
주성훈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날 조금 더 믿어보는 건 어때?”
결국, 그는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실망이 스쳤지만 그가 입을 열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구도 한 마디를 더 끌어낼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키며 자신을 달랬다.
적어도 날 장난감처럼 대하지는 않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가 날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그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더는 헛된 기대를 품지 않기로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니까.
그렇게 이틀이 지나, 우리는 마침내 제국의 수도로 향했다.
한편, 소석진은 이미 구금된 상태였고 판결만 내려지면 앞으로 십 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강민지는 시골로 도망쳤지만 주경민이 사람을 붙여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외할아버지 회사는 결국 매각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주성훈은 회계 정리를 위해 이미 사람을 불러놓은 상태였다.
떠나기 전, 나는 엄마를 찾아가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소석진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저세상에서 날 원망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는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만큼 소석진을 사랑했으니까.
아마도 내가 직접 그를 감옥에 보낸 걸 두고 너무 무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묘비 속, 꽃처럼 웃고 있는 엄마의 사진을 오래 바라보다가 마음속으로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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