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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주씨 어르신

주성훈이 여전히 묵묵부답이자 신도윤이 먼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보미는 너 때문에 벤쿠버까지 간 거잖아. 예전엔 너도 보미를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그러나 주성훈이 그의 말을 끊었다. “보미를 좋아한 건 형이잖아?” 신도윤이 벌떡 일어나며 불끈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마!” 마치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듯한 기세였지만 주성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이정환이 차갑게 말했다. “보미는 내 여동생이야, 우리 가족이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해. 너희가 좋아하고 말고 할 필요 없어.”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보미라는 여자가 이정환 씨 여동생이라면... 주성훈 씨랑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라는 얘기잖아.’ 주성훈은 보미를 좋아한다고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화살을 슬쩍 신도윤 쪽으로 돌렸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 한구석이 괜히 복잡해졌다. ‘혹시 신도윤 씨가 보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한발 물러선 건 아닐까...’ 내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주성훈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은진아, 이리 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를 보고 있었던 건가?’ 더 이상 숨을 수도 없어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갔다. 그와 두 발짝쯤 남았을 때 멈춰 서자 주성훈은 기다렸다는 듯 팔을 뻗어 나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이정환과 신도윤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정환의 표정은 변함없이 담담해 속내를 읽을 수 없었고 신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훑더니 코웃음을 쳤다. “이런 시골 촌년이 뭐가 좋다고.” 그 어투는 전에 들었던 구소연의 비아냥과 똑같았다. ‘분명 지난번엔 훨씬 다정하게 굴었던 것 같은데...’ 주성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진짜 그만해, 도윤이 형.” 신도윤은 코를 훌쩍이며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다. “난 그냥 네가 잠깐 장난치는 줄 알았어. 우리 같은 집안 남자들이 연애 상대 몇 명쯤 있는 건 흔한 일이잖아. 너 진심이야? 그럼 보미는 어쩌고? 결혼까지 하겠다, 평생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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