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약혼
원래는 상황을 조금 더 캐묻고 싶었지만 주성훈이 더 말할 기색이 없어 보여 나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대문 앞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있었고 마당에서 길게 뻗은 은행나무 길가까지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주성훈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겉으로는 예의 바르지만 그 웃음 속에는 은근한 아첨이 묻어 있었다.
나는 제도의 재벌 가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태도만으로도 주씨 집안이 얼마나 막강한 권세를 가진 가문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주성훈과 인사를 나눈 뒤 은근슬쩍 내 쪽을 훑어보았다.
그런데도 주성훈은 나를 소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나 역시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그저 얌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가 이름을 불러주면 인사했고 아니면 고개만 살짝 숙였다.
겉으로는 다들 공손했지만 눈빛 속의 호기심은 감추지 못했다.
그때 이정환과 신도윤이 도착했고, 이어 주성훈의 소꿉친구 세 명까지 합세했다.
다섯 명이 나란히 서 있으니 하나같이 잘생기고 기품이 있어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쏠렸다.
주성훈은 손님맞이로 바빴기에 안 집사에게 그들을 주진수에게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도윤은 오늘 나를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외면했고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역시 아직도 내가 탐탁지 않은 게 틀림없어.’
그래도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이니 그 역시 눈치껏 선을 지키는 듯했고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잠시 후 심우진과 도재우도 모습을 드러냈다.
심우진은 나를 보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나는 웃음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가장 뜻밖이었던 건, 구소연이 나타난 것이었다.
달빛을 머금은 듯 옅은 하늘색 바탕에 푸른 꽃무늬가 흩뿌려진 긴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 아련하고 우아했다.
지난번 약에 취해 제도로 끌려간 뒤, 그녀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소연은 멀쩡해 보였고 겉모습만 보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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