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이제부터는 진짜 약혼한 사이야
나는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다른데 주의를 돌리려 하다 문득 아까 할아버지와 그의 전우들이 건네준 선물이 떠올랐다.
처음엔 그저 용돈이나 액세서리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만 상자를 열어본 순간, 숨이 절로 멎었다.
금비녀, 진주 팔찌, 다이아몬드 목걸이며 모두 고풍스러운 기품이 묻어나는 물건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주씨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온 보물들이었고 지금 시세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 것들이었다.
보석함 아래엔 얇은 서류봉투 하나가 있었고 열어보니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자산을 증여한다는 문서였다. 해외의 부동산 몇 채, 시가 오백만 원에 달하는 차 한 대까지... 모든 조건이 ‘내가 주성훈과 약혼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할아버지도 아저씨랑 똑같네. 둘 다 이렇게 값비싼 걸 주는 걸 좋아하다니.’
주성훈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계약 관계였고 내가 그의 약혼녀 행세를 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선물은 달랐다. 나는 애초에 주성훈을 도와 그를 속이는 입장이었고 거기에 이런 선물까지 받는 건 너무 양심 없는 짓이었다.
나는 조용히 상자를 닫았다.
“나중에 아저씨한테 돌려줘야겠다.”
다음은 전우분들이 보낸 선물을 열어봤다. 겉은 봉투였는데 안에는 현금이 아니라 수표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의 금액이 제도의 집 한 채 값과 맞먹었다.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역시 할아버지 전우분들답네...”
하지만 이것 역시 받을 수 없었고 모두 주성훈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이번엔 이정환의 여동생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며 머리가 더 어지러워졌다. 그러다 간신히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이미 밖은 어스름하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벌떡 일어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혹시 연회가 끝났나?’
문득 어르신이 내가 내려오지 않은 걸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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