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왜 날 피해?

주운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쁜 이모는 삼촌 비서였어요...” 주운재가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내 팔을 안고 물었다. “이모, 비서가 뭐예요?” 주성훈의 비서였다는 말에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아마 내가 주성훈을 너무 좋아해서, 혹은 주성훈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괜히 더 신경 쓰이고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또다시 주성훈을 힐끗 쳐다봤다. 이번에는 딱 주성훈이 고개를 돌려 씨익 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내 망상을 다 들킨 것 같아서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이고 주운재의 통통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비서는... 음, 삼촌이 일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야...” 그 후로 나는 계속 주운재만 상대하면서 주성훈을 쳐다볼 용기를 못 냈다. 차가 집에 도착하자 주성훈이 내 품에서 주운재를 안아 들었다. 그러더니 불쑥 내 귓가에 대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네가 날 질투할 때 그 느낌이 난 좋아.” 말을 마치자마자 주성훈은 주운재를 안고 차에서 먼저 내렸다. 난 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성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순간, 난 온몸이 불에 붙은 듯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주성훈과 눈도 못 마주치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이 폭발해서 얼굴도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같은 방에서 자야 하니까 주성훈과의 접촉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침 주성훈이 샤워를 마친 주운재를 안고 방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어색함을 감추려 입술을 실룩거리며 허둥지둥 주운재를 받으러 갔다. 주성훈은 날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주성훈이 더 이상 놀리지 않아서 나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운재는 온몸에서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났다. 나는 주운재의 볼에 뽀뽀하고는 침대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 주운재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모, 운재는 다 컸어요. 운재는 자기 침대에서 잘 거예요.” 주운재의 침대는 옆방에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랑 같이 자겠다고 떼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