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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모자의 악행

자세히 보니 그 노란 머리 남자의 얼굴은 강민지와 제법 닮아있었다. 나는 남자를 안다. 그는 강민지의 남동생, 강우빈이었다. 강민지보다 일곱 살 어리고 아직 열여섯도 되지 않은 미성년자이다. 들리는 바로 강우빈은 열두 살 무렵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거리를 떠돌며 양아치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민지가 소석진과 엮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강우빈도 소석진의 회사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고 학력도 없고 나이도 어려 그저 보안 팀장 자리를 꿰찼다. 지금 이 모자의 기세를 보아하니 강민지를 대신해 화풀이를 하려는 듯했다.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눌렀다. 겨우 두 번 터치했을 때, 나의 작은 행동을 이선아가 먼저 알아차렸다. 쾅! 그녀는 내 핸드폰을 침대 아래로 힘껏 내리치더니 곧장 나를 바닥으로 밀쳐 엎드리게 하고 팔꿈치로 내 복부를 짓눌렀다. “우리 딸이랑 싸울 상대도 안 되는 게 어디서 감히! 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강우빈은 한쪽에서 밧줄을 쥐고 휘두르며 말했다. “엄마, 말 섞지 말고 그냥 패자. 어차피 누나랑 형부가 뒤에 있잖아. 얘는 고소는커녕 우리한테 꼼짝도 못 할 거야.” 그가 말하는 ‘형부’는 당연히 소석진을 뜻한다. 엄마가 막 세상을 떠난 지금, 소석진이 당장 강민지와 혼인신고를 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입에 착 붙은 ‘형부’라는 호칭을 보니 평소에도 그리 불러왔던 듯하다. 나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이건 명백한 주거침입이에요. 저한테 손대면 고의 상해죄고요. 감옥 가는 건 당신들이라고요.” ‘감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선아의 어깨가 순간 움찔하더니 살짝 떨렸다. 잠시 주춤한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강우빈은 비웃기라도 하듯 코웃음을 쳤다. “하, 때리는 건 둘째 치고 죽여버려도 별일 안 생긴다니까? 어차피 우리 집안은 벌써 다 정리 끝났어.” 강우빈의 눈빛에는 불량배 특유의 오만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선아도 다시 정신을 차린 듯, 내 다리를 걷어차며 사악하게 말했다. “이딴 게 협박을 하겠다고? 오늘 너, 제대로 혼 좀 나봐라!” 그녀는 강우빈에게 나를 붙잡으라고 손짓하더니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과도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대로 내 앞에 쭈그려 앉은 이선아는 칼을 들고 내 몸 위를 이리저리 그어 보이며 말했다. “먼저 그 더러운 혀부터 잘라버릴까? 아니면 눈알부터 파낼까? 그래야 입조심하게 되겠지!” 이선아는 그렇게 위협하며 칼을 살며시 내 팔에 대기까지 했다. 나는 심장이 요동쳤지만 겉으론 최대한 담담하게 굴었다. 이내 난 눈을 똑바로 뜨고 이선아를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겁주는 거 아니에요. 정말 저한테 뭐라도 해봐요. 당신도 딸처럼 감옥에서 썩을 테니까. 경찰이 그냥 넘어갈 것 같아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시든가요.” 이선아는 다시 한번 멈칫했고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분명 기세는 드세지만 감옥을 진짜로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우빈은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비웃으며 대답했다. “형부가 이제 너 안 받아주겠단 거, 몰라? 네가 뭘 할 수 있겠는데? 우리가 감옥 간다고? 어림도 없지.” 나는 강우빈의 얼굴을 노려보며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전에 강민지의 집안에 대해 조사를 해둔 적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성실한 농부로 십여 년 전부터 남쪽으로 일하러 떠났고 이선아는 고향에 홀로 남아 두 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선아는 마을에서 놀고먹는 걸로 악명 높은 여자였다. 남편이 고생해서 번 돈으로 도박을 했고 시댁도, 아이도 돌보지 않았다. 그나마 강민지는 독하게 마음먹고 공부해 화림시의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강우빈은 그렇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며 싸움을 하며 중학생 때부터 이미 동네에서 손꼽히는 문제아였다. PC방, 도박에 폭력까지. 온갖 반항의 정석을 걷고 있는 아이였다. 나는 속으로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형의 애들은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나이라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다. 역시나 강우빈의 눈빛에 섬뜩한 살기가 번졌다. 그는 이선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강우빈은 손에 쥔 밧줄을 탁탁 소리 내며 조이고는 입술을 삐죽이며 속삭였다. “그냥 죽여버리는 건 어때? 어차피 미성년자인 나한테 형량 얼마나 내리겠어? 게다가 누나도 있고 형부도 있잖아? 두 사람이 알아서 감형 도와줄 거고 이 여자만 죽으면 재산 문제도 완전히 끝나잖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강우빈을 노려봤다. 그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녀석... 진짜 나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네.’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이선아의 눈치를 살폈다. 이선아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정말 죽이려는 게 아니라 단지 겁만 주려 했던 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우빈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선아를 부추겼다. “누나한테 들었는데 저 여자 손에 40억이나 있대. 쟤 죽여버리면 그 돈 다 우리 거잖아!”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강우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강민지를 닮은 외모에 이토록 잔인한 심성이 숨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선아도 아들의 대담한 말에 놀랐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떨며 애원했다. “제발 저 그냥 보내주세요. 강민지랑 재산 싸움 같은 거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그러자 강우빈이 콧방귀를 뀌었다. “누나는 네가 제일 교활하대. 지금 또 속이려는 거 아냐?”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성큼 다가오더니 밧줄로 내 몸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이선아 손에서 과도를 빼앗아 들고는 그걸 들고 내 가슴팍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 두려움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악!” 강우빈은 미친 듯이 웃었다.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공포에 질린 나는 표정이 굳었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내 외침에도 강우빈은 비웃으며 말했다. “여기 도우미들 다 우리 누나 쪽 사람이야. 마음껏 소리쳐봐. 누가 널 도와주나 보자.” 나는 그 말엔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있는 힘껏 외쳤다. 그러자 강우빈이 내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닥쳐!” 다행히 고개를 돌린 덕에 이빨이 날아가는 건 면했지만 그 충격으로 나는 어지러웠다. 강우빈은 내 반응에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칼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그 칼끝은 내 다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 눈을 가늘게 떴지만 그 칼은 떨어지지 않았다. 강우빈은 갑자기 시선을 돌리더니 내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예쁘네? 게다가 명문대 다닌다며? 딱 좋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형님이 마침 문화 있는 여자를 하나 찾고 있었거든. 너나 갖다 바쳐야겠다.”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입에 담을 수 없는 말. 그리고 창녀 취급을 당하는 그 순간, 나를 죽이려는 것보다도 더한 모욕감이 들었다. 이선아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도 기뻐하기까지 했다. “아들, 너 진짜 똑똑하다! 그래, 차라리 저년 팔아버려! 다시는 우리 민지 건드리지 못하게 해!” 이 모자는 정말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고 지금 당장 그들을 박살 내서 감옥에 처넣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아니다. 쉽사리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되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눌렀다. “엄마, 지금 바로 데려가자! 우리 형님한테 잘 보이면 나도 조직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 다 끝이라고!” 강우빈은 흥분에 겨워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이선아도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내 팔을 거칠게 잡아끌며 말했다. “얼른 끌고 나가! 그리고 넌 입 좀 닥쳐!” 나는 발버둥 쳤고 팔과 다리로 마구 반항했다. 그러자 이선아는 내 머리채를 낚아채 현관 기둥에 세게 부딪치게 만들며 윽박질렀다. “조용히 안 해? 지금 당장 너 죽여서 개밥으로 줄 수도 있어!” 나는 머리가 단단한 문틀에 부딪쳐 눈앞이 아찔해졌고 정신이 아득해지며 중심을 잃었다. 강우빈과 이선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을 지나며 보인 사람들은 모두 벽에 붙어 숨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그저 구경만 했다. 모두 강민지의 사람이었기에 나는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분노조차 하지 않았다. 마당에 도착하자 강우빈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엄마, 여기다 태우자!” 이선아는 나를 차에 밀어 넣으려 들었고 나는 전력을 다해 발길질을 날렸다. “악!” 이선아는 내 발에 복부를 가격당하고 차 문틀에 뒷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다. 쿵!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고 기절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강우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이성을 잃은 듯한 얼굴로 다가와 내 뺨을 거칠게 후려쳤다. “이런 미친년이! 감히 우리 엄마를 때려?” 나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으며 온 힘을 다해 대문 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손은 묶여 있었고 몸도 다쳐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강우빈은 금세 나를 따라잡았고 내 등을 세게 밀쳤고 나는 그대로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내 다리를 노려보며 과도를 높이 들었다.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야겠어. 다신 발길질 못 하게 말이야!” 그 칼끝이 내 다리에 닿으려던 그때, 경적이 울렸다. 빵! 바로 이어서 무거운 철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곧 검은 양복 차림의 보디가드들이 들이닥치더니 그 자리에서 강우빈을 제압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뚫고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바로 주성훈이었다. 주성훈 조용히, 그러나 압도적인 기세로 내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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