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여자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씨 가문이 그쪽과 얽혀 있다는 걸 알고 먼저 구씨 가문에 접근했어. 그래서 구소연과의 약혼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하지 않은 거야.”
나는 더 놀랐다.
그가 예전에 구씨 가문과의 협력 때문에 구소연과의 약혼을 받아들였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구소연 오빠가 계속 나를 경계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어. 그러다 마침 구소연이 너를 해칠 뻔한 일이 있었고 그걸 계기로 약혼을 파기하게 됐지.”
나는 그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음식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그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 마음을 쏟았고 결혼이라는 수단까지 이용했다.
그가 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이정환의 여동생을 떠나보낸 건 이미 물러설 수 없는 각오를 굳힌 것이었으리라 짐작됐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면 만약 그때 구씨 가문과 협약을 맺고 구소연과의 결혼이 성사됐다면 그는 평생 이정환의 여동생을 놓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의 굳건함에 경탄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사랑하는 여자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나 같은 방패막이를 아껴줄 리 있을까?
몰래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차분히 모든 걸 계획하며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내게 너무 버거우면서도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입술을 깨물며 실망을 감춘 채 조용히 물었다.
“구씨 가문과의 약속을 그렇게 갑자기 파기했는데 구소연 오빠가 주성훈 씨 의도를 눈치채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구소연의 오빠는 무언가를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약혼 파기에 그렇게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테니까.
주성훈은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상관없어. 그 사람은 우리가 끝까지 함께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렇다 해도 만약 이 사실이 용병 쪽에 알려진다면...
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