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보미가 더 귀여워

주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그래.” 나는 그의 손을 놓고 주승안과 함께 나가려 했다. 그런데 주성훈은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신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은진이는 내 약혼녀야. 앞으로 굳이 피해서 얘기할 필요 없어.” 신도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남자끼리 하는 얘긴데, 들어도 괜찮겠어?” 주성훈이 순간 멈칫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도윤이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걸 알기에 내가 먼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먼저 나가 있을게요. 밖에 손님들도 안내해야 하니까요.” 그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윤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주성훈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 “형.” 그러자 신도윤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더는 도발하지 않았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어쨌든 그는 주성훈의 친구였고 나를 싫어하긴 해도 그 행동은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는 것 같아 악의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주승안이 나를 식당으로 안내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순간 어색함이 스쳤지만 지금 이 자리가 주성훈을 대신하는 자리라는 생각에 최대한 차분하게 행동하려 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인사하고 옆으로 가 도우미들에게 조용히 음식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혹시 내가 시끄럽다고 생각할까 걱정도 됐다. 다행히 사람들은 각자 대화에 몰두하느라 내 쪽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진설아의 시선이 계속 나를 향해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앉아 있었지만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이정환 역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주성훈을 좋아하는 진설아가 나를 경계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정환이 왜 이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지는 의문이었다. 나는 잠시 타이밍을 살피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환 씨,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뜻밖의 질문이었던지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의아함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혹시 내가 잘못 짐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