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우리의 행복한 시간

주성훈은 나를 한층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지금은 곁에 있겠다고 하지만 나중에 견디지 못하고 떠날까 봐 두려웠어. 화림에 있을 때도 널 데려갈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그래서 일부러 모든 걸 보여주고 네가 떠나기로 결정하면 그때는 놓아줄 생각이었어.” 가슴이 세게 죄어왔다. 그는 정말로 나를 떠나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하지만 네가 전화로 ‘안녕’이라고 했을 때, 많이 후회했어. 그래서 모든 계획을 미루고 아프리카 일도 내버려둔 채 귀국했어. 비행기 안에서도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 공항에서 널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어. 자기야, 난 네가 떠날까 봐 너무 두려워. 하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널 보내는 일은 이제 못 하겠어.” 그의 고백에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멍하니 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널 시험해서는 안 됐어. 사실은 나 자신을 시험했던 거야... 난 널 절대 놓을 수 없어. 그러니까, 자기야, 날 떠나지 마.” 눈물이 다시 흘렀다.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거의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그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설령 거짓이라 해도 나는 행복했다. 그 한마디로 앞으로 그에게 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모두 감수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울며 말했다. “아저씨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아저씨가 원한다면 늘 곁에 있겠다고도 했잖아요...” 주성훈은 내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하지만 자기야, 이번엔 도망쳤잖아.” 나는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를 갈았다. “그건... 아저씨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저 혼자만 집착할 수는 없잖아요.” 그는 웃으며 내 입술에 키스하고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앞으로 내가 널 화나게 하거나 실망시키더라도 절대 날 떠나지 마. 알았지?” 그의 말투는 다소 제멋대로였지만 나는 그것마저 기꺼이 받아들였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