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가벼운 상처

짙은 원망이 어린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주성훈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기야...” 나는 그의 어깨를 힘주어 물어뜯으며 말했다. “내가 왜 아저씨 자기에요? 아저씨 자기는 이미 버림받았잖아요.” 그는 나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자기, 내가 다시 찾아왔네.” 나는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고 그는 가볍게 웃으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제 물어봐. 다 말해줄게.” 나는 그의 옷깃을 꽉 붙잡고 어디서부터 질문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는 재촉하지 않고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한참 만에야 나는 입을 열었다. “진설아 씨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설아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를 알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여기가 감시당하고 있어. 그래서 미리 정리하라고 보낸 거야.” 그제야 조금 전 진설아가 말한 ‘모두 정리했다’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대청소를 말하는 줄 알았다. 전에 그가 저택으로 가자고 했던 이유도 주진수와 함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걸까? 여전히 위험한 것 아닌가? 그는 내 표정을 읽은 듯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며칠 후에 다시 저택으로 돌아갈 거야.” 나는 짧게 대답하며 동의했다. 어차피 여긴 안전하지 않았다. 아무리 진설아가 정리를 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또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주성훈이 말을 이었다. “진설아가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네게 잘못된 정보를 전했기 때문이야.” 나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말하자면 길지만, 지금까지 내 개인적인 일은 경민이가 맡고 설아는 외부 업무만 담당했어. 이번에 경민이가 나와 해외에 가게 돼서 개인적인 일을 설아에게 맡긴 거지. 하지만 그게 경민이를 대신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었어. 예를 들어 주씨 가문에 가서 할아버지와 운재를 만난 것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