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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김혜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조유나는 고윤재와 함께 새로운 전시품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전소연이 드디어 감옥에 갔고, 서현석은 전소연에게 찔린 후 화재로 인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조유나는 펜을 쥐고 있던 손을 멈칫했다. 펜 끝이 라벨지에 번져 작은 잉크 얼룩을 만들었다. 창밖의 햇볕은 분명 따뜻했지만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를 느꼈다. 돌이 지나서부터 자신을 따랐던 소년, 사랑했고 미워했고 마침내 내려놓았던 사람이 이렇게 참혹한 방식으로 그녀의 삶에서 완전히 퇴장했다. “돌아갈래?” 고윤재는 그녀의 멍한 표정을 알아채고 부드럽게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 조유나는 한참을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겠어요. 마지막 작별 인사라고 생각해요.” 서씨 집안의 저택 폐허는 아직도 통제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서도훈은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었다. 영정 앞에 앉아 있던 박지연은 조유나를 보자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혜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서현석이 병원에서 칠일 밤낮으로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다고. 추도식에서 박지연의 머리는 훨씬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조유나의 손을 잡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현석이가 떠나기 전에 계속 네 이름을 불렀어.” 조유나는 영정 앞에 서서 확대된 흑백 사진을 바라보았다. 17살의 모습으로 흰 셔츠를 입은 채 거침없이 웃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돌아온 고윤재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저 그녀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녀와 고윤재는 각자 흰 국화꽃다발을 들고 서현석의 영정 앞에 놓았다. 너무 아픈 슬픔이 없이 그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고요함만이 남아 있었다. 조문이 끝난 후, 그녀는 서도훈과 박지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건강 챙기세요.” 이 추도식이 끝나면 그녀와 서현석은 더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게 된다. 로렐로 돌아온 후, 고윤재는 별다른 질문 없이 그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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