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서현석은 조유나의 행복을 목격한 후 귀국했다. 한성의 겨울은 베르디아보다 더 추운 듯했다.
서현석은 비어 있는 별장에 틀어박혀 밤낮없이 술을 마셨다. 이미 사흘 밤낮으로 마시고 보니 거실 바닥에는 빈 술병이 쌓여 있었고, 값비싼 카펫에는 담배 불자국으로 몇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셔츠는 폐지 뭉치처럼 구겨져 있었고 턱에는 수염이 자라 있었다. 창밖의 야경이 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와 핏발 선 그의 눈동자에 부서진 빛 그림자를 드리우웠다.
“쓸모없는 놈!”
서도훈이 문을 쾅 열고 들어와 그런 광경을 보고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
“그때 전소연에게 홀리지 말라고 했잖아. 네 멋대로 하더니 이제 조유나도 잃은 마당에 여기서 자신을 망치고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겠어?”
박지연은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그 애는 어릴 때부터 너랑 친했잖아. 네가 스스로 차버린 거야...”
서현석은 팔로 얼굴을 묻었다. 목구멍에서는 고통스러운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내가 스스로 조유나를 놓쳤어.’
하지만 심장이 도려내진 듯했고 오직 술만이 그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밤낮으로 술에 취해야만 조유나가 완전히 그를 떠났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게 했다.
부모가 떠난 후, 별장에는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밤이 깊어서야 한 사람의 수상한 그림자가 뒷문의 자물쇠를 따고 들어왔다.
전소연이었다. 그녀는 뼈만 남을 정도로 말라 있었다. 손목은 골절된 듯했는데 깁스를 한 채 가슴 앞에 매달고 있었다. 얼굴에는 푸르스름한 멍 자국이 가득했다.
서현석이 손과 발을 부러뜨린 후, 그녀는 정신병원에 던져졌다. 인터넷상의 비난과 손가락질에 그녀는 끝내 탈출하고 말았다. 그녀는 손에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녹슨 과도를 꽉 쥐고 있었다.
거실에는 짙은 술 냄새가 가득했다. 서현석은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전소연은 가까이 다가가서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나야... 가지 마... 미안해...”
그는 고개를 들고 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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