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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조유나는 병원에서 사흘을 보냈다. 그 사흘 동안 그녀는 전소연의 17개나 되는 인스타 게시물을 보았다. [현석이는 나를 데리고 샤브샤브 먹으러 갔어!] 사진에는 서현석의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밥그릇에 쇠고기를 집어넣고 있다. [번지점프 처음 해봤는데 너무 떨려.] 사진에는 서현석이 높은 단상에 서서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예전에 조유나를 보던 모습과 똑같았다. [현석이는 내가 감기 걸렸다고 잘 돌봐주겠대.] 사진에는 서현석이 병상 옆에 앉아 숟가락으로 따뜻한 죽을 떠서 살살 불고 있었다. 조유나는 태연하게 화면을 넘겼다. 아마도 너무 많이 아팠던 탓인지 심장은 이미 마비된 것 같았다. 퇴원하던 날 그녀는 평소 자주 가던 고급 스파숍에서 관리를 받기로 했다. 유리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 서현석이 프런트 데스크 앞에 서 있었고 그의 곁에는 불안해하는 전소연이 있었다. 그의 표정은 분명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퇴원했어? 아픈 데는 괜찮아?” “다 나았어.” 조유나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전소연에게로 옮겼다. 서현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소연이가 스파숍은 처음이라서 내가 데려왔어. 한번 경험하게 해주려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덧붙였다. “마침 나도 이런 건 잘 모르는데 네가 같이 해주는 게 어때?” 조유나는 공공장소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관리실에 들어갔고 미용사는 조유나만을 위해 맞춤 제작된 스킨케어 제품을 꺼내 그녀의 얼굴 관리를 시작했다. 전소연은 옆에서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이런 화장품은 엄청 비싸겠지? 역시 아가씨는 아가씨야.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냥 물로만 세수했는데...” 서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부러워할 필요 없어. 내가 너한테 사줄게.” 전소연은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이렇게 좋은 것을 쓸 자격이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서현석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최고로 된 물건을 쓸 자격이 있어.” 조유나는 눈을 감고 미용사에게 말했다. “저 두 분은 다른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잠시 혼자 있고 싶어서요.” 서현석은 잠시 멈칫했다. “그럼 이 화장품들은 내가 살게.” “아니야, 괜찮아. 내가 직원에게 똑같은 제품으로 한 세트 가져다 달라고 할게.” 조유나가 피곤하게 말했다. 겨우 두 사람을 돌려보내고 나서야 조유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관리가 끝난 후 조유나는 옷을 갈아입고 바로 집으로 향하며 그들을 기다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세게 열리며 서현석이 달려 들어왔다! “유나야!” 서현석이 차가운 얼굴로 뛰어 들어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 화장품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전소연이 바른 후 얼굴에 알레르기가 난 거야?” 잡힌 손목이 너무 아파 조유나는 잠시 멍해졌다. “뭐라고?” “내가 말했잖아. 내가 소연을 좀 더 챙기는 건 소미가 날 구해줬기 때문이라고!” 서현석은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너야. 네가 불만 있으면 나한테 뭐라고 해. 왜 소미를 괴롭히는 거야?” 조유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전소연을 괴롭히지 않았어. 나도 전소연이랑 똑같은 걸 썼는데 나는 괜찮잖아.” “그 스파숍은 네 집에서 운영하는 곳이잖아!” 서현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거기에 무언가를 넣으라고 시키는 건 네가 한마디면 되는 일 아니야?” 조유나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내가 너한테는 그저 이런 사람이었어?’ 조유나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현석은 그녀가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뭐 하는 거야!” 조유나가 몸부림쳤다. 서현석은 아무 말 없이 차가운 얼굴로 조유나를 전소연의 병실까지 끌고 갔다. 전소연은 얼굴에 약을 바른 채 가련하게 병상에 누워 있었다. “사과해.” 서현석이 명령했다. 조유나는 자신의 붉어진 손목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예전에 서현석은 그녀가 머리카락 한 올이 빠져도 안타까워했는데 어떻게 지금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사과 안 해.” 전소연은 급히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조유나가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넘어가자. 나 며칠만 입원하면 괜찮을 거야.” 서현석은 더욱 화가 났다. “소연은 이렇게 너를 배려하는데 너는 왜 자꾸 소연이를 괴롭히는 거야?” 그의 시선이 조유나의 목에 닿았다. 그녀는 정교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이 목걸이로 보상해.” 조유나는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이 목걸이를 감싸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뭔지 기억해?” 이것은 서현석이 그녀에게 준 사랑의 증표였다. 그녀를 평생 묶어두겠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제 그는 그녀더러 이 목걸이를 풀어 전소연에게 보상으로 주라고 하다니? 서현석은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듯했다. “그냥 목걸이잖아? 나중에 더 좋은 거로 사줄게. 소연이가 너그럽게 봐주며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넌 선물을 줄 생각도 없어?” 조유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목걸이를 거칠게 풀었다. 그리고 전소연에게 던졌다. “받아.” ‘서현석도 너에게 줄게.’ 그녀는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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