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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열 번이나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조유나는 문득 절친의 삼촌이 외과 의사라는 것을 떠올렸다. “여보세요. 소미야...” 조유나의 목소리는 낮았고 한없이 나약했다. “혹시 삼촌께 부탁해서... 서림 병원에서... 내 수술을 받아볼 수 있을까...” 이 말을 마치고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수술이 끝난 후였다. 임소미는 눈물을 흘리며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서현석네 병원에서 다쳤으면서 나를 통해 삼촌한테 수술을 부탁하다니?” 임소미는 너무나 걱정되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현석은 어디 갔어? 만약 서현석이 네가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는 걸 알면 벌써 정신 나갔을 거야!” 조유나는 임소미를 바라보며 작년 겨울 발목을 삐끗했을 때를 떠올렸다. 서현석은 늦은 밤에도 병원의 정형외과 전문가들을 불러왔었다. 서현석은 그녀를 안고 병원을 뛰어다녔다. 결국 의사로부터 발목을 접질렀을 뿐 다른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워 입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토록 자신을 걱정하던 서현석은 영원히 17살의 여름, 전소연을 만나기 전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려던 찰나 임소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늘 할머니 생신 잔치가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해.”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유나야, 푹 쉬어. 나중에 다시 보러 올게.” 조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밥 살게.” 임소미가 떠난 후 간호사실에서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서현석 씨는 전소연 씨한테 정말 잘 해주네요. 직접 밥까지 먹여주더라고요.” “그래요. 살짝 다쳤을 뿐인데 밤새도록 곁을 지켜주며 걱정하더군요.” 조유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눈물이 말없이 흘러내렸다. 입원한 지 며칠이 되었지만 그녀는 혼자서 약을 바꾸고, 밥을 먹었으며 혼자 창밖의 플라타너스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퇴원하던 날은 바로 조유나의 생일이었다. 부모님은 비록 출장 중이셨지만 여전히 사람을 보내 파티를 정성스레 준비했다. 조유나는 샴페인 색 드레스를 입고 문 앞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멀리서 서현석이 전소연과 함께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전소연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는 그녀를 구석 소파에 자리를 잡게 한 뒤 조유나 쪽으로 다가왔다. “유나야.” 그의 눈이 반짝였다. “오늘 정말 예쁘구나.” 그 말을 하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 했지만 조유나는 옆으로 피했다. 서현석은 잠시 멈칫했다. “왜 그래? 아직도 화났어?”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너는 부잣집 아가씨니까 다쳐도 누군가 돌봐줬겠지. 하지만 소연이는 달라. 소연에게는 나밖에 없어...” “나 화 안 났어.” 조유나는 서현석을 가로막았다. 서현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벨벳 상자를 꺼냈다. “너한테 줄 선물이야. 네가 가장 좋아하는 그 목걸이...”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고 옆에 놓았다. 서현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요즘 도대체 왜 그래?”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화났으면 말해. 날 이렇게 대하지 마... 나 너무 힘들어.” 조유나는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그렇다면 이제 내가 헤어지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쨍그랑! 조유나가 입을 열려던 찰나 멀리서 갑자기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손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녀가 서둘러 그쪽으로 걸어갔을 때 눈앞의 장면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삼단 선물 탑이 무너져 내렸고 값비싼 선물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샴페인 타워는 수많은 투명한 조각으로 부서졌고 술은 카펫에 짙은 흔적을 남기며 번져 나갔다. 맞춤 제작된 케이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크림이 사방에 튀었다. 전소연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두 눈이 빨개진 채 당황한 듯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 나는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듣기로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금세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선물을 가장 높은 곳에 두면 주인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런데 넘어질 줄은 몰랐어...” 조유나는 부모님이 그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생일파티가 엉망이 된 것을 보며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전소연 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현석이 전소연 앞에 나타나 막아섰다. “유나야, 소연이랑 너무 따지지 마. 소연이는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예의를 몰라. 네가 좀 너그럽게 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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