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처음이라고?”
조유나는 비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파숍도 처음 가보고, 생일파티도 처음 참석하고 심지어 키스도 처음이네. 전소연은 대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첫 경험을 더 해봐야 하는 거야?”
조유나는 난장판이 된 바닥을 가리켰다.
“이건 우리 부모님이 나를 위해 준비하신 생일파티야. 다 망가져 버렸다고. 그런데도 지금 나더러 너그럽게 봐달라고? 내가 어떻게 해야 너그러운 거야?”
임소미는 더는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빈정대며 말을 꺼냈다.
“어떤 사람은 순진한 여우년 행세를 하네. 넌 이제는 18살이야. 18살이면 뭘 만지고 또 무엇을 만지면 안 되는지는 잘 알 텐데? 이렇게 커다란 선물 탑을 못 보고 넘어뜨렸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전소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임소미!”
서현석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사과해.”
“왜?”
“사과하지 않으면...”
서현석은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너희 임씨 가문을 끝장내버릴 거야.”
조유나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소연 때문에 그런 짓까지 할 수 있다고?’
“서현석!”
조유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감히 소미한테 손대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조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나는 전소연을 초대하지 않았어! 소미는 잘못이 하나도 없으니 사과 따위 안 해. 지금 당장 전소연이 사과하거나 아니면 나가든가 해!”
서현석은 조유나가 정말로 화가 난 것을 보고 달래려 입을 열었지만, 이때 전소연은 얼굴을 가린 채 울며 뛰쳐나갔다.
“전소연!”
서현석은 애가 탄 나머지 조유나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쫓아나갔다.
혼란 속에서 그의 무릎이 옆의 장식대를 쳐 넘어뜨렸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이미 엉망진창이었던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조유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앞다투어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터질 듯 아팠다.
한때는 그녀가 눈살만 살짝 찌푸려도 서현석은 한참을 긴장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분명하게 말을 했는데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임소미는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말했다.
“서현석이 미쳤어? 다른 사람 때문에 너한테 이러는 거야?”
조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져 부서진 액자를 하나둘 주워 담았다.
그것들은 서현석이 작년 그녀의 생일 선물로 줬던 것이었다. 안에는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지금은 유리가 깨졌고 사진에는 크림까지 묻어 있었다.
마치 그들의 감정처럼 이미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후 며칠 동안 조유나는 서현석과의 모든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휴대폰 화면이 계속 켜지며 문자가 하나둘씩 떴다.
[유나야, 화 풀어.]
[너한테 선물 샀어.]
[영화표 샀는데 같이 볼래?]
그녀는 전부 무시했다. 마침내 서현석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
“유나야.”
서현석은 문 앞에 서서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겨우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굴 거야? 내가 너를 달래도 소용없고, 사과해도 안 된다는 거야?”
조유나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한테 달래 달라고 하거나 사과하라고 한 적 없어. 만약 귀찮으면 전소연이랑 같이 있으면 돼. 나는 상관없어.”
서현석은 순간 당황했다.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는 내 여자친구야! 요즘 내가 소연이랑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우주 대학교 자격도 줬다는 거 알아. 나는 그저 소연이가 의지할 곳 없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또 내 은인이니까 보답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네가 싫어한다면 나도 이젠 거의 다 보답했으니까 앞으로 소연이를 안 볼게. 그럼 됐지?”
조유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그 말을 믿어?
그녀가 비아냥거리는 말을 밖으로 내뱉기도 전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소연이었다.
“서현석.”
전화 너머에서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대학교 안 갈래. 고향으로 돌아가서 결혼할 거야.”
서현석의 얼굴이 파래졌다.
“왜?”
“조유나가 너를 용서하지 않는 건 다 나 때문이야.”
전소연이 흐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차라리 떠나는 게 낫지. 더는 너희들에게 앞에서 거슬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