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전화가 끊긴 후 서현석은 순식간에 당황했다.
그는 말도 없이 조유나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유나야, 우리가 가서 소연이를 설득하자! 우리가 이미 화해했다고 말이야!”
그녀는 뿌리칠 수 없었고 그는 그녀를 빈민가로 끌고 갔다.
멀리서 전소연이 술에 취한 중년 남자에게 끌려 차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 망할 년! 그래도 셈이 들었네!”
남자는 만족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
“돌아와 시집갈 생각을 하다니. 네 몸을 팔아 아비 술값을 마련해주겠다는 거지?”
서현석은 서둘러 앞으로 달려들었다.
“소연이를 놓으세요! 소연이는 절대 결혼 안 해요!”
전창수는 자신의 돈줄을 막는 사람이 나타나자 몽둥이를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
“꺼져! 내 딸이야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태어나서부터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서현석은 이런 시건방진 무뢰한은 처음 보았다. 그는 바로 경호원을 부르며 한편으로는 전소연의 손을 잡았다.
“나랑 가자!”
하지만 전소연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안 돼. 돌아가면 안 돼. 너와 조유나가 나 때문에 싸울 거야.”
전소연이 이렇게 ‘배려심 있게’ 굴수록 서현석은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를 데려가고 싶었다.
“손 놔! 아무도 내 돈줄을 데려갈 수 없어!”
전창수는 버럭 화를 내며 갑자기 칼을 뽑아 그들에게 휘둘렀다!
혼란 속에서 조유나는 전소연에게 세게 밀쳐졌다.
퍽.
칼끝이 몸에 박히는 순간 그녀는 서현석의 비명을 들었다.
“유나야!”
다시 깨어났을 때 서현석은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유나야, 일어났어?”
그는 서둘러 다가오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아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람 시켜서 준비하게 할게.”
조유나는 힘없이 물었다.
“전소연은 어디 있어?”
서현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연이를 탓하지 마. 소연이가 일부러 널 민 건 아니야. 그냥 너무 무서웠던 거야.”
그는 급하게 설명했다.
“소연이는 며칠 동안 계속 자책하며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그녀는 눈을 감았고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나는 단지 한 마디 물었을 뿐인데 현석이는 그년을 위해 수없이 많은 변명을 늘어놓네. 이것에 바로 전에 말했던 더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거야?’
“유나야.”
서현석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가 나으면 우리...”
“피곤해.”
조유나는 손을 빼내며 등을 돌렸다.
그 후 며칠 동안 서현석은 조유나가 퇴원할 때까지 병원에 머물며 그녀를 돌봤다.
그는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주려 했지만 갑자기 전소연에게서 울음 섞인 전화가 걸려왔다.
“서현석, 내가 일하는 찻집에서 누가 날 괴롭히고 있어!”
서현석은 주춤하며 조유나를 바라보았지만 결국 말했다.
“나 지금 갈게.”
조유나는 그가 급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출국 전날 조유나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서현석이 갑자기 집에 찾아왔다. 조현석은 그녀의 여행 가방을 보자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짐 다 챙겼어? 우리 덜렁이가 또 뭘 놓고 다니진 않을까 봐 내가 도와주려 했는데.”
서현석은 조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
“내일 같이 등록하러 가자.”
조유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한성으로 가지 않을 것이며 그와 완전히 헤어질 것이다.
“내 학교랑 우주 대학교는 등록일이 달라서 며칠 늦을 거야.”
조유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전소연을 데리고 가서 등록해.”
서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 돼. 너 혼자 가면 걱정돼.”
“전소연은 겁이 많잖아. 그리고 한성에 가본 적도 없어.”
조유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먼저 전소연과 함께 이곳저곳 다니며 둘러보고 며칠 놀다가 와.”
서현석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이렇게 ‘너그러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럼 먼저 소연이랑 며칠 돌아다니고 네가 오면 내가 마중 나갈게.”
“그래.”
서현석은 더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조유나는 그가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핑계로 돌려보냈다.
문밖에서 서현석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생각했다.
‘관둬, 나중에 한성에 가면 우리 공주님을 달래줄 시간은 충분할 거야.’
다음 날 공항.
조유나는 짐을 끌며 국제선 터미널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멀리서 서현석과 전소연이 체크인 카운터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서현석은 고개를 숙여 전소연의 목도리를 정리해주고 있었다. 그의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소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두 눈에는 애틋하고 숭배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조유나는 서둘러 기둥 뒤에 숨었다.
그때 서현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전소연이 물었다.
“유나를 본 것 같은데...”
그는 말하면서 이쪽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전소연은 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
“조유나는 며칠 뒤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이곳에 있겠어? 네가 잘못 보았을 거야.”
그녀는 부드럽게 애교를 부렸다.
“이제 곧 비행기 탈 시간인데 나 비행기 처음 타봐. 너 없으면 안 돼...”
서현석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소연과 함께 탑승구로 향했다.
조유나는 기둥 뒤에서 걸어 나와 그들의 뒷모습이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야 짐을 끌고 국제선 카운터로 향했다.
두 대의 비행기가 동시에 이륙했다. 한 대는 한성으로, 한 대는 바다 건너편으로 향했다.
조유나와 서현석처럼 결국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