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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 방해는 사절

백아린은 분홍색 토끼 귀가 달린 잠옷 차림으로 멍하니 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여덟 명이 문 양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고급 맞춤형 차량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차 옆에는 거의 190cm가 되어 보이는 강태준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곧게 서 있었다. 밤하늘 아래 그의 실루엣은 더욱 길고 당당해 보였으며 기품 넘치면서도 차가운 아우라가 감돌았다. 백아린의 눈이 순간 반짝였고 그녀는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태준 씨,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왜? 내가 오면 안 돼?” 강태준은 미간을 살짝 올리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안엔 약간의 불쾌감이 스쳤다. “당연히 되죠.” 백아린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강태준이 미래의 세계 최고 부자라는 사실과 당분간 그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걸 떠올리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냥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시면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돼서요. 무슨 일 있으면 내일 오셔도 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속으로 확신했다. ‘백아린, 분명 큰일을 벌였구나. 빚쟁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정도라니.’ 막 회복한 장옥희는 백아린에게 맞아 온몸이 욱신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강태준 앞으로 성큼 다가가 말했다. “사장님, 오늘 오시길 잘하셨어요. 빚은 하루라도 빨리 갚아야 하잖아요. 백아린, 잔머리 하나는 끝내줘요. 오늘 안 오셨으면 내일쯤 어디 산골짜기로 도망갔을지도 몰라요.” 강태준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물었다. “그쪽은 누구죠?” “저요? 저는 이 애랑 아무 관계 없어요. 명목상 아주머니긴 하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 무식한 애가 제일 싫어요. 이미 인연을 끊었고 사장님께서 이 애를 어떻게 하시든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 제 일로 엮지 말아 주세요.” 장옥희는 재빨리 선을 긋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백아린을 힐끔 쳐다봤다. 백아린은 그 눈빛에 비웃음을 띠며 느긋하게 물었다. “아주머니, 정말 저랑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거죠?” “당연하지. 우리가 다 엄마가 데려다 키운 건 맞지만 지금은 완전히 갈라섰잖아.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고.” 장옥희는 허리에 손을 얹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추금선이 급히 다가왔다. 장옥희에게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백아린을 감싸 안으며 강태준을 향해 말했다. “이보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저는 아린이 할머니입니다. 아직 어려서 모든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맞아요, 맞아요. 두 사람한테 하세요.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요!” 장옥희는 맞장구치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백아린은 이를 꽉 물었다. ‘나한테 못되게 구는 건 둘째 치고 은혜를 준 할머니한테까지 이렇게 무례하다니...’ 딱 한 마디 하려던 순간, 강태준이 갑자기 그녀를 팔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냉랭한 눈빛으로 장옥희를 쏘아보며 말했다. “정말 아무 관계 없다면 지금 당장 떠나 주세요. 제가 아내와 할머니랑 함께하는 시간을 방해하지 말고요.” 장옥희는 얼어붙은 채 멍하니 그 말을 되뇌었다. ‘아내? 할머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순간, 강태준의 눈짓을 받은 한지석이 여덟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차량 쪽으로 가 큰 선물 꾸러미들을 들고 왔다. 한지석은 선물 상자를 열어 추금선에게 건네며 말했다. “할머니, 이건 최고급 제왕옥 장신구 세트입니다. 대표님께서 드리는 첫 인사 선물이에요.” 뒤이어 다른 경호원들도 연이어 물건을 꺼냈다. “이건 산에서 나온 천년산삼입니다.” “강영시 최고급 안마 클럽의 종신 VIP 카드입니다.” “현금 카드인데 안에 1억 원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씩 상자를 열 때마다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제왕옥은 마치 샘물이 흐르는 듯 푸르고 천년산삼은 사람 모양으로 우뚝 솟아 상자를 가득 채웠다. 금빛 카드 두 장은 어두운 밤에도 눈부시게 빛났다. 추금선은 순간 얼어붙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주변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래 빚 독촉하러 온 줄 알았던 강태준이 이렇게 화려한 선물을 들고 오다니. 게다가 그 물건들은 하나같이 값비싼 고급품에 상자 포장도 전혀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백아린은 잠시 멍해졌다. 무엇보다 ‘아내’라는 말이 귀에 걸렸다. ‘이게 대체 뭐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내라니, 내 명성은 어떻게 되는 거야!’ 무언가 항의하려는 순간, 강태준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그녀 손에 쥐여 주었다. “이건 엘리든 저택 열쇠야. 이미 전액 지불했고 인테리어도 끝났으니 할머니와 함께 바로 들어가 살면 돼.” 엘리든 저택. 도심 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주택단지로 보통 시내 평당 2천만 원 선인 데 비해 평당 6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이다. 내부 시설은 최고급으로 꾸며졌고 입주자 또한 부유층만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다시 한번 굳어버렸다. 백아린은 강태준 품에 안긴 채 멍하니 있었다. 그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건, 배신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세계 최고 부자의 힘을 잠시 빌리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아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추금선이 앞으로 다가와 믿기지 않는 듯, 다소 화난 표정으로 백아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린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빨리 말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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