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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어릴 적부터 약속된 인연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백아린에게 쏠렸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뻔하지 뭐, 팔려간 거지. 젊다는 이유로 돈 많은 남자한테 붙은 거잖아. 진짜 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강태준의 원래 차갑고 고귀한 얼굴에 서리가 내려앉듯 싸늘한 기운이 퍼졌다. 그는 백아린을 꽉 끌어안은 채, 추금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아린이가 아직 직접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럼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아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의 팔을 꼭 잡으며 눈빛과 손짓으로 필사적으로 말리려 했다. ‘뭐라고 하려는 거야? 미용실에서 자기를 붙잡고 약혼이라도 한 거?’ ‘강영시가 얼마나 보수적인 곳인데 열여덟 고등학생이 남자와 엮였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백아린은 억지로 웃으며 이를 악문 채 조용히 속삭였다. “태준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 얘기는 나중에...” “아린아, 어차피 모두 알게 될 일이야.” 강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을 이었다. “아린이는 원래 금정시 백경 그룹의 외동딸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와 약혼한 사이죠. 다만 몇 가지 사정 때문에 강영시에 머물게 된 거고 이번에 제가 온 건 아린이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면 금정시로 데려가 대학에 보내려고 해서입니다. 대학을 마치고 나면 결혼할 계획이고요.” 그 순간 현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 ‘금정시? 지금 수도?’ 공부는 안 하고 말썽만 부린다던 백아린이 수도 명문가의 진짜 금지옥엽이었다니. 게다가 약혼자가 이렇게 잘생기고 품격 있는 남자라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돈 많은 남자에게 붙은 철부지라고 비웃던 사람들의 표정은 한순간에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 추금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 백아린을 바라봤다. “아린아, 저분 말이 정말이니?” 백아린이 집에 들어올 때 상대 쪽에서 했던 말은 ‘버려진 아이’였고 그냥 굶기지만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대기업 회장의 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백아린은 강태준을 힐끔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릴 적 정혼이라... 꽤 쓸 만한 설정이네.’ 그녀는 강태준의 품에서 빠져나와 추금선의 팔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원래는 졸업하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오늘은 태준 씨가 먼저 말했네요. 나중에 시간 날 때 천천히 설명드릴게요.” “그래, 그럼 됐다.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됐다.” 추금선은 완전히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강태준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와 앉으세요.” 한지석과 몇몇 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문 앞부터 집이 얼마나 낡았는지 훤히 보였고 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곳에 정말 대표님이 들어가도 되는 걸까?’ 강태준이 아직 대답도 하기 전, 장옥희가 갑자기 달려 나와 얼굴 가득 아첨을 담아 말했다. “아이고, 사위셨구먼! 사위가 오실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셔야죠. 그래야 밥이라도 준비하지.” 강태준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두 걸음 물러섰다. 그 얼굴에는 분명한 불쾌함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백아린은 그 속내를 훤히 꿰뚫었다. ‘지금 와서 우리를 뜯어먹으려는 속셈이지? 꿈도 꾸지 마.’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백아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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