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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내가 가도 된다고 했나요?

강태준의 나이는 고작 스무 살 남짓이었지만 사오십 대 중년들 틈에서도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 압박에 눌려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고 감히 아무 말도 못 했다. 장옥희는 순간 몸이 움찔했으나 애써 머릿속 계획을 떠올리며 용기를 짜내 앞으로 나섰다. “강 대표님 말씀 백 번 맞아요. 대표님이랑 아린이는 다 어리고 똑똑해서 누가 함부로 참견하겠어요? 저야 오히려 이 헛소리하는 사람들을 혼내주고 있던 참인데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도와요?” 강태준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꽂혔다. 장옥희의 표정이 굳었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강 대표님도 참, 농담을... 저 아린이 아주머니잖아요. 어릴 때부터 돌봐줬죠. 이제 대표님이 챙기시니 저도 한시름 놓았네요.” “됐어요. 그만하세요. 더는 못 듣겠으니 그냥 가요.” 백아린이 앞으로 나와 짜증스럽게 잘라 말했다. 이런 사람과 말 섞는 건 표정이랑 지능을 동시에 낭비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장옥희는 오히려 다가와 아린의 팔을 붙잡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린아, 그게 무슨 말이니. 사위 될 사람도 아직 말 안 했잖아. 설마 요즘 잘 산다고 가난한 친척은 버리려는 거야? 잊지 마, 너 어릴 때 내가 네 엄마랑 같이 얼마나 고생하며 키웠는지.” “허?” 백아린은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으며 되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내가 널 이렇게 키웠으니 아무리 공이 없어도 고생값은 받아야지.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야. 매년 가사도우미 쓰면 2천만 원쯤 들잖아? 그거 18년이면 뭐, 내가 좀 깎아줄게. 1억5천만 원만 줘. 그리고 너희 집 이렇게 호화로운데 내가 그 좁아터진 집에서 계속 살아야겠니? 은혜 갚는 셈 치고 우리 집도 리모델링 좀 해 줘. 너희 집처럼만.” 주변 이웃들은 속으로 저 얼굴 두께는 콘크리트급이라며 비웃었지만 굳이 나서서 말릴 생각은 없었다. 백아린은 냉소를 감추지 않았다. 이정숙을 부추겨 시비를 걸게 한 뒤, 착한 척하며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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