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내 앞에서 사라져
그는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너, 잊었어? 내 생활비 거의 다 네 간식 사는 데 썼잖아.”
백아린이 비꼬듯 웃었다.
“나 살 찌우려고 그랬던 거 아니야?”
도윤재가 잠시 멈칫하며 변명했다.
“네가 오해한 거야. 게다가 네 모습이 아무리 흉해도, 모두가 널 싫어해도... 나만은 널 좋아했잖아.”
“그건 내가 계속 그 흉한 모습으로 남길 바랐기 때문 아니야?”
백아린이 다시 냉소적으로 되물었다.
“아린아, 난 그런 사람 아니야. 한 번만 생각해봐. 모두가 네 학업에만 신경 쓰고 네 행복이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네 바람은 내가 공부도 못하고 성적도 바닥이길 바란 거네?”
백아린이 그의 말을 거침없이 끊었다.
도윤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이렇게 순식간에 모든 걸 꿰뚫어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늘 어수룩하던 아린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예리해진 거지?’
그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겉으로는 상처받은 듯 슬픈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아린아, 네 눈에 내가 정말 그런 사람으로 보이니? 난 세 살 때부터 이 거리에서 너와 함께 자랐어. 수많은 시간과 정이 너에게 그렇게 더럽게 보이는 거야?”
쉰 목소리에는 절절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만약 그의 진짜 얼굴을 몰랐다면 백아린은 아마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단 한 순간도 동요하지 않았고 붉은 입술에 조롱이 담겼다.
“참 감동적인 이야기네. 그런데 너, 세 살 때 이 거리로 와서 무려 18년이나 잠복한 이유가 뭔지... 너 스스로가 더 잘 알잖아.”
“아린아, 난 정말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도윤재가 당황한 듯 말했지만 여전히 ‘상처받은 남자’ 연기를 이어갔다.
백아린은 더 이상 그의 말에 귀 기울일 마음이 없었고 냉랭하게 명령했다.
“나한테 이런 쓸데없는 얘기하려면 그냥 오른쪽으로 돌아. 멀리, 아주 멀리 꺼져.”
“아린아...”
도윤재가 해명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겨울 달빛에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갑고 잔잔했다.
그는 포기하듯 말했다.
“네가 듣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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