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넌 그럴 자격도 없어
영성 마트 안에서 백아린은 이것저것 고르고 또 골라,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골랐다. 정성스레 포장까지 마친 뒤, 이제 막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백아린!”
천천히 돌아보니 그곳에 서 있는 건 소지훈이었다. 그는 아침에 입었던 정장을 벗어 던지고 평소처럼 스터드 장식이 박힌 검은색 스트릿 패션을 입고 있었다. 브라운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 자유분방함이 오히려 더 도도한 기운을 풍기게 했다.
소지훈은 성큼 다가와 백아린 앞에 서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 아버지가 너한테 나 보충수업 맡겼다며? 근데 아침부터 도망치면 어떻게 해?”
“아침은 무슨, 지금 벌써 열 시거든? 나도 좀 쉬어야 해. 내일 할 일도 많고.”
백아린이 투덜거리듯 대답했다.
“그럼, 교장 선생님 말씀을 어기겠다는 거네?”
소지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아니라, 안 하겠단 건 아니야. 준비 좀 하고 시작하자는 거지. 이렇게 갑자기 부르면 자료도 못 챙기잖아.”
백아린은 그를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넌 공부 싫어하잖아? 왜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이야?”
“누구한테 배우느냐에 따라 다르지.”
소지훈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백아린은 단번에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일부러 나 골려주려고 그러는 거지? 꽃 모양 초콜릿 줘서 전교생한테 찍히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밤잠까지 설치게 하겠다고?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냐?”
“하... 너 진짜 웃긴다. 내가 널 괴롭힌다고 생각해?”
소지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이렇게 티 나는 행동을 하고도? 됐어, 말 안 섞는다. 오늘은 시간 없으니까 너는 집에 가서 자음 모음표부터 외워. 내일부터 시작하자.”
말을 마친 백아린은 손에 든 포장 상자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소지훈이 재빨리 그녀 손에서 상자를 낚아챘다.
“이렇게 예쁘게 포장한 선물, 누구 줄 건데? 급하게 간다더니 이거 주러 가는 거네?”
“그것까지 왜 캐묻는데? 빨리 줘. 안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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