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8장
서하경은 강보다 약이 더 통하는 사람이지만 그것도 상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강도 약도 절대 통하지 않는다.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본론만 말해요. 우리 사이에 나눌 옛정 같은 건 없잖아요."
서찬호는 이 아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지만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라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형제들을 찾은 건 다름이 아니라 도와줄 사람이 너희밖에 없어서다."
서찬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는데 그 순간 한층 늙어 보이는 것이 누구라도 연민을 느낄 만했다.
하지만 서하경은 싸늘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우리가 뭘 도와줄 수 있는데요?"
서찬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데, 일단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지부터 말해주렴. 예를 들면 피를 좀 나눠주는 것 같은 그런 사소한 일 말이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겠어?"
서하민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운 채 서찬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피? 설마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벌이라도 받았어요? 백혈병 같은 불치병에 걸려서 우리한테 골수라도 기증해달라는 건가요?"
그 말에 서찬호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리더니 더는 서하민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예를 들었던 것뿐이야.”
“아, 싫어요.”
서하경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몇 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도움을 바란다고?
여태 아무것도 해준 게 없으면서?
서하경은 그 정도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보통 사람이고 뒤끝이 꽤 긴 사람이다.
예상 밖의 냉정한 반응에 서찬호는 많이 당황했다.
"이런 작은 부탁도 들어줄 수 없다는 거야?"
그러자 서하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러지 좀 마세요. 작은 부탁이든 큰 부탁이든 난 당신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고요. 당신이 날 위해 해준 게 뭐가 있어요? 그렇다면 당신 전 재산이라도 나한테 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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