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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진여울이 황급히 소지혁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승호가 나한테 기다려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지금은 명목상으로 채하 남편이잖아. 내가 진짜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건 그냥 불륜이지.” 다른 친구들이 곧장 거들었다. “여울이 넌 체면을 너무 차린다니까. 너랑 승호가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해도 온채하는 둘이 눈 맞았다고 생각할걸? 전에 한번 밖에 나왔을 때, 너를 보자마자 따귀 때리려던 거 기억나? 나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열 받아.” “됐어, 그만하자.” 진여울은 배승호 쪽을 바라봤다. 그가 어딘가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몸 안 좋아? 피곤하면 먼저 들어갈래?” 배승호는 눈을 감은 채 속눈썹만 살짝 떨었다. “아니야,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무슨 생각인지 짐작도 못 한 채 문이 열리며 배도윤이 들어왔다. 표면적으로는 형제 사이가 좋아 보였던 터라 다들 놀랐다. 배도윤은 방 번호를 힐끗 확인하더니 가볍게 웃었다. “미안해요, 방을 잘못 들어왔네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배도윤이 누군지 알았다. 비록 배승호와 더 친한 사이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었다. “도윤이 형, 출장 다녀오셨어요?” “네, 계속 마셔요. 저는 옆방에서 손님 좀 만나야 해요.” 배도윤은 늘 바빴고 성격도 부드러워 누구에게나 호감이었다. 그러다 몇몇이 그의 셔츠 깃에 묻은 입술 자국을 발견했다. “형, 여자친구 생기신 거죠? 셔츠 깃에 립스틱 묻었는데요.” 곧 시선이 일제히 몰리며 술렁였다. “그러고 보니 도윤이 형 승호보다 두 살이나 많지 않아요? 승호는 벌써 결혼 3년 차가 됐는데 할머님께서 걱정하시겠어요.” 배도윤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급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아직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거든요. 나중에 기회 되면 보여 줄게요.” 사람들이 그 여자가 누구냐며 떠들었지만, 배도윤은 시계를 보고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그 사이 배승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다시 장난을 쳤다. “도윤이 형 안목 높기로 유명하잖아. 지난 세월 동안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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