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화
온채하는 한쪽에 앉아 무대 뒤가 분주해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자가 프로그램을 소개한 지 벌써 1분이 넘도록 하여름은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곧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 오늘은 수많은 언론사가 생중계하고 있었기에 만약 하여름이 문제의 책임을 지게 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게 뻔했다.
온채하는 이를 악물고 재빨리 사회자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부탁했다.
“저기요... 하여름 학생이 무대 뒤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회자는 놀란 기색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건넸다. 아직 학생이니 다른 뜻이 있을 리 없다고 믿은 듯 손까지 움켜쥐며 격려했다.
“혹시 너무 긴장했나 봐요? 괜찮습니다. 무대 뒤에서 불러도 돼요. 중요한 건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니까요.”
그 말이 끝날 무렵, 마이크가 실수로 켜져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 사회자가 곧바로 받아 이어갔다.
“하여름 학생이 많이 긴장한 것 같네요. 큰 박수 한번 보내주세요.”
순간 객석이 커다란 박수 소리로 울렸다.
온채하는 재빨리 마이크를 들고 하여름에게 달려갔다. 무대 뒤 커튼 너머로 뜨거운 환호가 그대로 전해졌다. 온채하 역시 손바닥 가득 땀이 배어 나왔지만 억지로 심호흡했다.
“하여름 씨, 할 수 있죠? 제가 인간 꾀꼬리를 아는데 노래 끝나면 꼭 두 마디 얘기 나누게 해 줄게요.”
그 말에 하여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다시 움츠러들며 허리를 잔뜩 굽혔다.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인간 꾀꼬리를 만나겠어요. 저는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그러나 망설일 틈도 없었다. 이미 무대에서는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온채하는 단호히 마이크 스위치를 켜고는 전주에 맞춰 노래의 첫 세 구절을 불렀다.
그 순간, 객석을 가득 메우던 박수 소리가 단숨에 사라지고 시간마저 멈춘 듯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그 맑고 공명한 목소리에 숨을 죽였다. 온채하는 눈을 감은 채 노래했고 긴 속눈썹은 계속 떨렸지만 목소리만큼은 청아하고 흔들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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