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차 안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온채하가 뭘 걱정하냐고 묻는 말에 정신을 차린 그는 멀리 내다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승호야, 나 오늘 밤은 시간 없어.” 온채하는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 배승호가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우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진여울은 앞 유리에 부딪힐 뻔했다.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승호가 차가운 얼굴로 입술을 깨문 채 휴대폰을 집어 들고 빠르게 입력하고 있었다. 분명 온채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는 오직 온채하를 대할 때만 참지 않는 것 같았다. 진여울은 옆으로 내려놓은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힘을 주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는 이 순간만큼은 방해하지 않았다. 그런 방법은 너무 저급이고, 그가 감정적으로 격해진 순간에 더욱 짜증 나게 할 뿐이었다. 배승호는 정말로 온채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절에 가서 부적을 빌라고 하셨어. 넌 소원이 있어? 내가 대신 빌어줄게.] [필요 없어.] 그는 이 답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얼음 인간이 된 것처럼 말이다. 옆에 있던 진여울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눈에서는 일말의 슬픈 눈빛이 스쳤다. 마치 별똥별이 지며 조용히 사라지는 것처럼 미약했다. 진여울은 화가 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모든 수단을 써가며 그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정성을 들여 다루는 남자가 온채하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시골에서 온 천박한 년이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배승호가 온채하를 무시하는 것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창문을 사진으로 찍었다. 창문에는 배승호의 모습이 비쳐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SNS모멘트에 올렸다. [사찰에 가서 복을 빌러 가는 중.] 이SNS는 오직 온채하만 볼 수 있게 설정되었다. 배승호는 여전히 휴대폰을 쥔 채 목젖을 굴리며 또 문자를 보냈다. [예전에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