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이전 같았으면 온채하는 반드시 맞서서 반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역겨워 손을 깨끗이 씻고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온채하는 오늘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인지 저혈당이 온 듯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예상했던 고통 대신 배승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비싼 양복에는 진흙 얼룩이 묻었고 배승호도 급하게 차에서 내리느라 우산도 챙기지 못해 둘 다 빗방울에 젖어 있었다.
운전석에 있던 성시현이 재빨리 우산을 들고 달려 내려왔다.
배승호가 타는 롤스로이스에는 원래 자체 제작 고급 우산이 비치되어 있는데 시중에서만 해도 2,0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었다.
온채하는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자 배승호를 밀쳐내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더 힘껏 온채하를 끌어안은 채 차에 억지로 태워버렸다.
“놔. 나 좀 놔!”
몸부림치는 사이 온채하가 들고 있던 노트북이 바닥에 떨어지며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산산조각 났다.
온채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미 켜지지도 않던 노트북이었지만 이번엔 정말 끝이었다.
온채하가 허겁지겁 손을 뻗어 노트북을 확인하려는데 배승호가 먼저 그것을 가져가 버렸다.
“내 노트북 건들지 마!”
그녀는 마치 소중한 걸 빼앗길까 봐 두 팔로 노트북을 감싸안고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건 마치 적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그 순간 배승호도 무언가에 찔린 듯 울컥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그는 노트북을 힘으로 빼앗아 갔다.
온채하는 거의 미친 듯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미 힘이 남아 있지 않아 배승호가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배승호는 노트북의 상태를 몇 번 살펴보더니 하드웨어 자체가 완전히 망가진 걸 단번에 알아챘다.
“이건 고칠 수 없어. 새로 하나 사는 게 낫겠어.”
온채하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그 말에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입꼬리에 쓴웃음이 번지고 고요하게 창밖의 빗줄기만 바라봤다.
바깥 풍경은 쏟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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