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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온채하는 노트북을 품에 안은 채 곧장 컴퓨터 수리점으로 향했다. 혹시나 자신의 파일을 복구할 수 있을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싶었다. 수리기사는 노트북을 뒤적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이 파일은 하드 전체가 암호화된 상태에서 포맷까지 돼서 아무리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복구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저보다 훨씬 실력 좋은 기사라도 데이터를 살려도 원본 암호를 풀 수가 없어요. 혹시 꼭 필요한 자료인가요? 정말 별로 안 중요한 거면... 그냥 포기하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온채하의 머릿속이 하얘졌고 목이 바싹 타들어가 듯 말랐다. 그녀는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수리기사는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게 말했다. “이 노트북도 모델이 꽤 오래됐네요. 지금은 이미 구형이에요.” 이 노트북은 대학 시절 배승호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선물해 준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넉넉지 못한 환경이라 한 푼이라도 아껴가며 살아야 했고 그녀는 그 선물을 받을 때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 시절, 배승호는 둘의 생활비와 학비까지 모두 감당해야 했으니 쉬는 날조차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온채하는 이 노트북을 정말 애지중지 다뤘다. 3년 동안 수십 번이나 열어봤지만 항상 안방에 두고 외부에 가져나간 적도 거의 없었다. 조그만 물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닦느라 한참을 쓰다듬곤 했다. 수리기사는 계속 확인했지만 노트북이 이내 먹통이 돼버렸다. “이 노트북도 거의 9년 된 거라 지금까지 멀쩡했던 게 오히려 신기하죠. 처음 살 때도 꽤 비쌌을 텐데... 이제는 새로 장만하는 게 나을 거예요. 솔직히 아가씨가 돈 없어 보이지도 않고요.” 온채하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멍한 마음으로 점검비만 계산하고 노트북을 안은 채 수리점을 나섰다. 밖은 이미 해가 저물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고 지금 시기의 재원시는 늘 눅눅하고 후텁지근한 장마철이었다. 온채하는 길가에 서서 소중한 노트북만은 비 한 방울도 묻지 않도록 꼭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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