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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온채하는 테이블 위의 술잔을 바라보다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난 너랑 이런 거 안 할래.” “죽을까 봐 겁나? 그럼 내가 같이 할게. 우리 각자 한 잔씩 고르자. 누가 죽든 그건 운명이야. 예전에 네가 그랬잖아, 우리 사이엔 이혼은 없고 오직 사별뿐이라고.” 온채하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마음속 깊이 숨겨둔 통증이 다시 비집고 올라왔다. 배승호는 그녀가 예전에 했던 그 모든 약속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원래 만족스럽게 구경하던 조예림은 뒷얘기를 듣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바로 다가왔다. “너 미쳤어? 네 목숨이 얼마나 귀한데, 이런 한심한 게임을 같이한다고? 배승호, 어서 사람 불러서 이 술 다 치워!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 모두가 비웃는 거 안 보여? 온채하는 이미 바람났어! 너희 형이랑 오래전에 눈이 맞았다고. 다만 너랑 결혼 상태라 참고 있을 뿐이야!” 배승호는 옆에 있던 의자를 발로 거칠게 걷어찼다. “난 온채하가 평생 참고 살게 할 거예요, 알겠어요? 평생 참고 살게 할 거라고요!” 조예림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기 직전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멍해졌다. 그녀는 황당한 생각이 스쳤다. 배승호는 어쩌면 이미 온채하와 배도윤의 관계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결혼이라는 굴레로 온채하를 묶어두려는 것이다. 그리고 배도윤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는 내연남으로 남게 될 것이다. 조예림의 머리가 하얘졌다. 자신이 상상했던 시나리오는, 자존심 강한 배승호가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 당연히 바로 이혼을 요구할 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호가 이미 모든 걸 알면서도 참고 있었다면, 온채하를 포기할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겠어?’ 조예림의 얼굴이 순간 새파랗게 질리며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배승호는 붉은색이 가장 짙은 술잔을 집어 들고는 그대로 들이켰다. “네가 못 고르겠다면 내가 먼저 고른다.” 조예림은 머리끝이 서늘해지며 황급히 옆에 있는 따뜻한 물을 집으려 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배승호의 이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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