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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온채하는 손에 쥐고 있던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술의 뒤끝이 제법 강해서 속이 조금 메스꺼웠다. 아직 손대지 않은 두 잔을 마저 확인하려던 찰나, 성시현이 입을 열었다. “몸 상하십니다. 그 여덟 잔엔 독이 없어요. 그냥 술일 뿐입니다.” 그제야 온채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타자 창밖은 이미 깜깜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온채하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운전대를 잡은 성시현이 느긋하게 말했다. “대표님은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그건 맹독이었습니다. 대표님은 늘 자신에게 이렇게 가차 없으셨죠.”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잔혹한 사람은 사업에서 남에게 더 잔혹해진다. 하지만 온채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왜 굳이 마셔야 했는지. 밖에서는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최근 두 번이나 비가 내렸는데 마음도 함께 끈적하고 불쾌해졌다. 성시현은 차를 운성 빌리지 입구에 세우고 우산을 펴 들고 내려왔다. 그는 문을 열며 정중하게 말했다. “사모님, 내리시죠.” 온채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리에 못 박힌 듯 앉아 있었다. “목숨이 위험하진 않을까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지 봐야죠. 만약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첫 번째 상속자는 사모님입니다.” 이제야 그녀는 예전에 말했던 대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온채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원한 건 이런 방식의 해방이 아니었다. 배승호는 언제나 넓은 길을 굳이 좁은 오솔길로 만들어 결국 두 사람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야 만다. “성 비서님, 제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세요?” 배승호는 늘 그녀가 허영심이 강하고 그저 그의 지위와 권력 때문에 결혼했다고 여겼다. 성시현은 우산을 든 채 태연하게 대답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대표님은 개의치 않으실 겁니다. 사모님, 대표님은 애초에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세요. 아무리 사모님이 허영심 많고, 뇌가 비고, 삼류 취급을 받아도 말이죠. 대표님이 신경 쓰는 건 그게 아닙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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