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3화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차분했다. 냉정하게도 이 모든 다정함을 하나의 거래로 재단해 버릴 만큼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배승호는 화가 나 손이 떨렸고 그 화를 참다못해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채하, 밖에 나랑 자고 싶어 하는 여자가 없는 줄 알아?!”
“그럼 알아서 찾든가.”
그녀는 시선을 돌려 창밖의 성가신 비를 다시 바라보았다.
차가 운성 빌리지에 멈춰 서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려왔다.
현관에서 슬리퍼를 갈아신을 때, 배승호는 일부러 그녀의 슬리퍼 하나를 멀리 차버렸다.
온채하는 한쪽 발로 뛰어가 슬리퍼를 주워 신고는 이내 위층으로 올라갔다.
배승호는 속이 터질 듯 화가 나 그녀를 쫓아 올라갔다.
묘지에 있을 때 온채하의 머리카락은 젖어버렸고 어젯밤 제대로 잠을 못 잔 터라 그녀는 10분 정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나왔다.
온채하는 지금 자고 싶었다. 배승호는 막 낮잠을 보충한 상태였고 그녀는 아직 쉬지 못했다. 그녀가 이불을 걷어 올리려는 순간 허리에 팔이 감겼다.
“그렇다면?”
배승호의 반응은 언제나 길게 이어졌고, 온채하는 그가 무슨 질문에 답하는 건지 잠시 알아차리지 못했다.
“뭐라고?”
배승호의 머리가 온채하의 목덜미에 파묻히더니 입술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온채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아담하고 따뜻했던 좁은 월세방.
배승호가 드물게 시간이 날 때면, 두 사람은 함께 샤워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그는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히곤 했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오만하고 귀티 나는 배승호가 사실 이런 일에는 꽤나 세심하게 챙길 줄 안다는 걸. 단 그가 원할 때만.
그의 콧등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녀의 눈으로 떨어졌다.
온채하는 눈을 가볍게 깜빡였다.
그가 깊이 응시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