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화
온채하는 정말 가고 싶었다. 이번에 떠나면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온이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온이윤 역시 가고 싶다고 했다.
결국 세 사람은 배승호의 교외 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에는 이미 헬리콥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승호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온채하는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온몸이 굳어졌다. 눈앞에 보인 곳은 송원 별채였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 배승호가 차를 세웠다.
온채하는 당연히 여기가 헬리콥터가 대기 중인 장소라 생각하고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차를 입구 가까이 대야 하는데, 그는 오히려 오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더니 짧게 말했다.
“넌 차 안에서 기다려.”
그 말만 남기고 그는 성큼성큼 별채 쪽으로 걸어갔다.
온채하는 차 밖으로 나섰다. 불어오는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 서늘했다.
예전에도 이곳에 와 본 적은 있었지만, 겁이 나서 끝내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었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별채 기둥 뒤에 섰다.
이 대문은 위압적일 정도로 크고 무거워 차가 들어갈 때는 좌우로 활짝 열리지만 사람이 드나들 때는 옆의 작은 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온채하는 그곳에 서 있었다. 반 시간쯤 지나 작은 문이 열렸다.
열린 틈 사이로 십여 미터 앞에 서 있는 배승호가 보였다. 뒤에는 한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을 한 번 보고는 몸을 돌려 무언가 말을 건넸다. 마치 달래는 듯했다.
배승호의 몸이 완전히 가리고 있어 온채하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문득 예전에 임지연이 전화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도 배승호가 별채에서 나올 때, 안에서 여자가 뛰쳐나와 그와 어둑한 곳에서 입을 맞췄다고 했다.
차라리 이렇게 떠나기 전에 눈으로 확인한 게 나았다. 그렇지 않으면 먼 이국 땅에서도 그를 떠올리며 미련에 시달렸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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